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이 구속된 지 28일로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각종 대형 사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신형 아반떼 생산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사측은 이번 파업이 29일 실시되는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조합원 투표를 앞두고 이뤄지고 있는 점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쟁사들은 노사가 대규모 조기 퇴직에 합의하는 등 구조조정 노력을 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노사 양측 팽팽한 평행선
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대비 9.1%(12만5524원) 인상과 직무 및 직책수당 인상, 생산직 월급제와 호봉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9차례 진행된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26일부터 나흘간 하루 2∼4시간씩 부분 파업에 들어갔으며 잔업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9번째 협상 때 입장을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내놓은 게 없다”며 “사측이 조정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의 요구는 현재 경영 상황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무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파업 손실 눈덩이” vs “경영시스템부터 바꿔야”
이번 부분 파업으로 신형 아반떼 출고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6년여 만에 등장한 신형 아반떼는 15일 판매를 시작한 지 9일 만에 모두 1만1000여 대가 계약됐다. 하지만 파업 기간에는 하루 생산량이 평소(400여 대)에 비해 100대가량 적은 300여 대로 줄어든다.
사측은 “신형 아반떼 계약이 밀려 생산되는 즉시 배송되고 있다”며 “생산이 줄어들어 고객이 인도받는 시기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은 정 회장 구속을 이유로 협상을 미루기만 하고 있다”며 “정 회장 구속에 따른 어려움을 앞세우기 전에 회장 1명에게만 의존하는 경영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대규모 구조조정
경영난에 시달리는 미국 자동차업계는 총 5만8000여 명의 직원을 조기 퇴직시키기로 하는 사상 최대의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GM은 26일(현지 시간) 직원 3만5000명이 올해 말까지 조기 퇴직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 최대 자동차부품회사인 델파이 역시 경비 절감을 위해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 근로자 3만1000명 가운데 1만2600∼1만3000명을 조기 퇴직시키기로 했다.
이에 앞서 포드자동차도 1만 명 이상의 근로자를 명예 퇴직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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