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사장 “혁신은 안해도 되는 일은 하지 않는 것”

  • 입력 2006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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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부사장, LG필립스디스플레이 공동대표, 중국 최대 전자업체인 TCL그룹 총재 고문…. 세계적인 전자업체들을 경영했던 A급 인재가 왜 말 많고 탈 많은 ‘도박 업체’를 택했을까.”

화려한 경력을 지닌 조기송(57) 씨가 올 3월 카지노호텔 업체인 강원랜드에 공모(公募)를 통해 사장으로 취임하자 주변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울대 교수와 경제부총리, 서울시장 등을 지낸 조순 씨의 아들로 ‘명문가(家)’에 뿌리를 둔 그가 ‘도박 업체’ 사장이 되리라 짐작한 이는 거의 없었다.

5일로 취임 100일이 되는 조 사장을 지난달 말 서울의 한 식당에서 인터뷰하면서 그 이유부터 물었다.

“재미있는 일일 것 같았습니다. 카지노는 단순한 도박 사업이 아니거든요.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중국 마카오의 카지노는 관광·레저 산업과 연계돼 있습니다. 강원도 시골에 국제적인 관광·레저타운을 만드는 일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요.”

그는 ‘혁신의 귀재’로 잘 알려져 있다. 조 사장이 LG전자에서 전략기획본부장으로 근무했던 1990년대에는 회사에 ‘혁신 태풍’이 몰아치기도 했다.

강원랜드에는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을까.

“강원랜드는 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입니다. 대충 경영해도 이익이 많이 나죠. 그러다보니 조직의 효율성이 떨어졌습니다. 인력 운용에도 낭비적 요소가 많았고요. 혁신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취임 직후부터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 나갔고, 낭비 요소도 크게 줄였습니다. 실적이 다소 부진해 올해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겠지만 비용을 줄여 이익은 목표치와 비슷하게 내 볼 계획입니다.”

그는 강원랜드의 비전을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가족형 리조트’로 설정했다. 카지노 이외에도 스키장, 골프, 테마파크, 대규모 스파 등을 완성해 강원도 정선 일대를 국제적인 레저타운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골프장(18홀)과 테마파크는 운영 중이며, 올해 12월 8일에는 28만 평(18개 슬로프) 규모의 초대형 스키장을 4000억 원을 들여 오픈한다. 서울역에서 스키장까지 곧바로 연결되는 스키관광 열차가 12월부터 운행되는데, 스키 애호가를 위해 특수 제작된 이 열차를 타면 3시간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강원랜드를 국민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레저 시설로 만드는 것이 제 인생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지속적인 혁신과 상품 개발을 통해 그 목표를 하루라도 앞당겨 달성해 볼 생각입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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