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기존 대출 규제를 엄수하라는 공문 한 장이 은행으로 전달된 데 따른 효과로 보기에는 수치 변동폭이 너무 큰 것이다.
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조4020억 원으로 5월의 2조7587억 원 대비 50% 수준에 그쳤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금융감독원이 창구지도를 통해 6월 주택 담보 대출 증가액을 5월 증가액의 절반 만큼만 늘리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그대로 들어맞은 셈이다.
특히 6월들어 15일까지는 주택담보대출 잔고가 1조1893억 원 늘어 5월과 비슷한 속도로 늘어났지만 16일부터 29일까지 증가액은 2127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증가액 감소 현상은 은행별로는 다소 다르게 나타났지만 감소하는 큰 추세를 모두 같았다.
하나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 잔고는 이달 15일 21조1685억원에서 29일 21조506억원으로 1179억원 감소했다.
하나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 잔고는 5월 한달간 3805억 원, 6월들어 15일까지 2530억 원 늘어나는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나머지 보름동안 1000억 원 이상 감소하는 등 이상 기미가 감지됐다.
하나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 잔고가 월별로 감소세를 보인 것은 올해 1월 이후 5개월만에 처음이다.
우리은행도 주택 담보 대출 증가액이 절반 이하로 꺾였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주택 담보 대출이 1조2848억 원 늘었지만 6월 들어선 5124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6월들어 15일까지 4073억원이 늘어났지만 16일부터 29일까지는 증가액이 1051억원으로 상반월 대비 4분의 1 토막이 났다.
국민은행은 6월 주택 담보 대출을 4133억원 늘려 5월의 6845억원에 비해 2700억원 가까이 줄었고, 신한은행도 4089억원에서 3412억원으로 감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총량 규제에 따라 기존에 예약된 물량을 제외하고 대출 자체를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에 잔고 증가세가 주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창구지도를 통해 대출 총량을 규제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기존 주택대출 규제를 철저하게 준수하라는 공문만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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