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드러난 재건축 ‘검은 공생’

재건축아파트를 시공하면서 하도급업체에서 수억 원의 떡값을 받은 대기업 건설업체 간부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현대건설 정모(52) 상무와 노모(51) 부장 등 2명을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김모(56) 전무 등 이 회사 전현직 간부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같은 회사 김모(51) 상무와 홍모(53) 상무에 대해서는 각각 체포영장과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이와 함께 경찰은 현대건설 간부들에게 돈을 건넨 하도급업체 천성C&C사 대표 최모(52) 씨와, 공사비를 올려 주는 대가로 현대건설에서 돈을 받은 경기 수원매탄주공1단지 재건축아파트 조합장 방모(51) 씨를 각각 배임증재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대건설 상무 정 씨는 2003년 6∼11월 수원매탄주공1단지 재건축아파트(2300여 채)의 현장소장으로 있으면서 천성C&C사에 토목공사의 하도급을 준 대가로 최 씨에게서 3차례에 걸쳐 10억 원을 받아 1억 원은 챙기고 9억 원은 조합장 방 씨에게 건넨 혐의다.

노 씨 등 나머지 28명은 2002년 9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최 씨에게서 회식비와 떡값 명목으로 100만∼1억5000만 원씩 모두 6억여 원을 챙긴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최 씨는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현대건설 간부들을 상대로 로비를 수시로 벌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조합장 방 씨는 아파트 공사비를 평당 28만 원, 모두 750억 원을 증액해 준 대가로 정 씨에게서 9억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조합장과 시공사, 하도급업체 등이 얽힌 조합아파트의 전형적인 비리사건에 해당된다”며 “피해액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고 아파트 공사는 부실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