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委…아이도 안생겼는데 3억원짜리 돌잔치

  • 입력 2006년 7월 5일 03시 09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내부 자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내부 자료.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3억 원 이상을 들여 위원회 출범 1주년 기념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위원회는 지난해 9월 정식 출범했지만 아직 출산 장려 및 고령화 대책과 관련된 기본계획 시안(試案)만 마련한 상태여서 대책을 제대로 시행하기도 전에 국민 세금으로 ‘자축(自祝)’부터 한다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본보가 4일 입수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업무추진 계획 및 주요 현안’이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위원회는 출범 1주년을 기념해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국내외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정책포럼 행사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개최한다.

위원회는 이 행사에 전직 외국 수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OECD 고용노동사회위원회 국장, 유엔 인구국장 등 외국 저명인사를 대거 초청키로 했다.

이 자료는 행사에 소요되는 예산이 3억1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지방선거 후 새 시도지사 취임식 비용 가운데 가장 많아 물의를 빚었던 충북도의 지출액 4000만 원의 7.8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또 3100가구에 1개월치 입양아동 양육수당을 지급할 수 있고 775명의 출산 여성에게 재취업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위원회는 보건복지부와 대한주택공사, 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이 비용을 분담토록 할 예정이다.

행사 개회식 때는 ‘인구 고령화 경향과 외국의 성공 사례’를 주제로 공무원과 학자들이 보고서를 발표한다. 본회의 주제는 △출산 및 가족정책 △연금정책 △건강보험정책 △주거정책 등이다.

이들 주제는 위원회 및 정부 부처 공무원들과 국내 학자들이 저출산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이미 검토한 내용들이어서 행사가 정책 마련에 도움을 주긴 어렵다.

대형 국제행사를 준비하느라 공무원들이 주 업무인 출산 장려 및 고령화 대책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위원회는 정부 부처 국장급 공무원과 공공기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행사준비위원회를 신설하고, 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도록 했다.

준비위는 매달 회의를 열어야 하고, 실무추진단은 2주에 한 번씩 모여 행사 추진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행사 1개월 전에는 현장 업무를 담당하는 행사지원반을 상설기구로 설치해 귀빈 영접, 관광 안내, 시설관리 등을 하도록 했다.

홍익대 김종석(경제학) 교수는 “정책의 질을 높이려면 소규모 워크숍 형식의 세미나를 여는 게 낫다”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국제행사는 국민 세금이 드는 만큼 개최 여부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회의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 고득영 기획총괄팀장은 “이번 행사는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선진국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행사”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9월 1일 출범한 이 위원회는 발족 9개월이 지난 올해 6월 초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대책은 올해 초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사회안전망 종합대책을 대부분 반영한 데다 민간보육시설 보조금 지원 여부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부처 간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은 바 있다.

비상임기구인 이 위원회는 위원장인 대통령을 비롯해 12개 정부 부처 장관, 민간위촉위원 12명 등 모두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또 복지부 등 공무원 26명과 민간인 13명 등 39명으로 구성된 정책본부가 설치돼 실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 위원회의 올해 예산은 10억 원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알려왔습니다▼

△본보 7월 5일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사와 관련해 위원회는 출범 1주년을 맞아 기획 중인 국제정책포럼이 대규모 ‘자축행사’나 ‘호화파티’가 아닌, 선진 각국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학술적 정책세미나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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