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세일기간 중이지만 값이 비싸 고민하고 있는데 “싼데 뭐가 고민이냐”는 판매사원의 말이 거슬렸기 때문이다. “여기 처음 와 봤느냐”며 무시하는 듯한 말투도 기분 나빴다. 결국 김 씨는 신발은 마음에 들었지만 판매사원 인상이 나빠 구매를 포기했다.
고객은 제품 때문에 매장을 찾는다. 그러나 일단 매장에 들어서면 판매 직원의 수완이 구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현대백화점 인재개발원 김경호 부장과 김정연 과장은 ‘고객만족도 향상을 위한 네트워크 서비스 성공요소 연구’ 보고서에서 “고객의 인맥까지 자신의 고객으로 흡수하는 ‘네트워크 서비스’가 백화점의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첫인상은 10초 만에 결정’
“우리는 ‘쇼맨십’이 필요해요.”
롯데백화점 여성의류 부르다문 홍순옥(53) 매니저는 23년차 베테랑 판매사원.
홍 매니저는 “제품만 팔면 재래시장과 백화점이 뭐가 다르냐”며 “손짓, 발짓, 허리 굽힘까지 고객의 시선을 의식하고 서비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화장실 갈 때도 하이힐을 고집한다. 태도를 바르게 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 인재개발원이 백화점 고객 2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9%는 ‘판매사원의 첫인상은 10초 만에 결정된다’고 답했다.
고객들은 판매사원의 태도, 자세(62.1%)를 외모(28%), 상품지식(5.2%), 화술(4.7%)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
○ ‘쇼핑도 맛볼 시간이 필요해’
“음식도 맛볼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쇼핑도 그래요.”(현대백화점 천호점 오브제 류희수 매니저)
구경하러 들어간 한 백화점 매장. 물건을 보기도 전에 판매사원이 따라온다면?
대부분의 고객은 이럴 때 부담스러워한다.
현대백화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고객의 77.3%는 ‘천천히 둘러볼 수 있게 해주는 판매사원이 좋다’고 답했다.
류희수(39) 매니저는 “고객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은 음식을 막 시킨 고객에게 ‘맛이 어떠냐’고 묻는 것”이라며 “천천히 둘러보게 한 후 도움이 필요한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원 말에 휘둘려 충동구매한 상품은 환불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매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야 평생 고객이 된다”고 했다. 현대백화점의 ‘에이스 매니저 선발대회’에서 8회 연속 1등 한 판매사원다운 지적이다.
○ ‘고객 친구까지 내 사람으로’
“저희는 성형외과도 고객과 같이 가요.”
류 매니저는 ‘인맥’이 가장 큰 자랑이다. 친한 고객 한 명이 7, 8명을 연달아 소개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종의 고객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에게 절대 칭찬을 먼저 하지 않는다”며 “‘허벅지가 굵은 고객’, ‘턱이 네모난 고객’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솔직히 얘기하면 결국엔 믿고 맡긴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김경호 부장은 “불만족 고객은 평균 9, 10명, 만족고객은 4, 5명에게 자신의 체험을 전파한다는 연구사례도 있다”며 “좋은 입소문을 만들어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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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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