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CB와 BW 발행 규모가 큰 상위 20개사의 주가가 다른 기업에 비해 더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6월 30일 주가는 최고점 대비 평균 54% 떨어져 코스닥지수 하락률(22.4%)의 갑절을 넘었다.
CB나 BW는 1998년부터 약 2년 동안 증시에서 황태자 대접을 받았다. 특히 해외에서 CB나 BW를 발행하는 데 성공하면 주가는 단번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CB와 BW를 발행하면 즉각 ‘외자 유치’로 포장해 공시했다. 투자자들은 ‘외국인이 투자할 정도의 기업이면 뭔가 있지 않겠느냐’며 이런 기업에 열광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편법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기업이 특정 전주(錢主)와 짜고 해외에서 CB 등을 발행한 것. 그러면 한국 사람인 전주는 해외 조세 회피지역에서 유령 회사를 만든 뒤 외국인으로 등록해 이 CB를 사들였다.
돈을 댄 사람은 한국인이지만 겉보기에는 분명 해외 CB 발행 성공이었다. 기업은 이를 다시 외자 유치라고 선전했고, 주가는 급등했다. 전주는 유유히 차익을 챙겨 사라졌다.
이제 국내 증시 투자자의 수준도 상당히 높아져 CB나 BW를 발행했다고 열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이런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주가가 일반 기업보다 더 많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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