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휴대전화 제조회사인 VK가 7일 최종 부도를 냈다.
회사 측은 이날 “5일 기업은행에서 만기가 돌아온 17억8000만 원을 7일 아침까지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VK는 7일 수원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이철상(40·사진) 사장이 운동권 동료들과 1997년 휴대전화 배터리 업체로 출발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업종을 바꾼 것은 2002년.
이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87학번으로 서울대 총학생회장뿐 아니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부의장을 지낸 전형적인 골수 운동권 출신. 운동권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VK는 이동통신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는 유럽통화방식(GSM) 시장에서 저가(低價) 단말기로 승부해 2004년에는 120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무역의 날에는 ‘3억 달러 수출 탑’까지 받았지만 올해 들어 휴대전화 시장에서 생존경쟁이 치열한 데다 원화 가치까지 급상승하면서 경영이 아주 어려워진 것.
지난달 말에도 63억 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다.
지난해 649억 원의 적자를 낸 이후 현금 유동성이 원활하지 못한 데다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 세계 메이저 휴대전화 회사들의 저가 마케팅 공세에 밀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
이 사장은 이날 “향후 VK의 경영권과 주식 등을 모두 채권단에 일임하고 회사를 조기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를 본 주주와 임직원 협력회사 은행 등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면서 “하지만 휴대전화 사업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이날 VK를 코스닥시장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VK 주식 매매는 11일까지 3거래일간 정지된다. 부도설 때문에 6일부터 거래가 중지된 VK의 5일 종가는 545원. 정리 매매가 끝난 다음 날인 22일에는 코스닥 등록이 폐지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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