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2차협상 첫날]美 “취약품목 개방시기 앞당기자”

  • 입력 2006년 7월 11일 03시 00분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5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에서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오른쪽)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5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에서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오른쪽)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 첫날인 10일 미국이 한국의 쌀, 자동차, 의약, 영리교육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은 또 상품별 관세인하 이행기간을 짧게 해 시장개방 시기를 앞당기는 식으로 협상의 원칙을 미리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한국이 농산물 등 ‘취약 품목’에 대한 관세인하 이행기간을 늘려 개방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는 시도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따라 2차 협상기간 중 관세인하 폭과 이행기간을 정한 양허안 교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내외신 기자들을 만나 쌀 등 한국의 취약산업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시장개방을 요구했다.

그는 특히 자동차 시장과 관련해 “미국에서 팔리는 한국 차는 연간 80만 대인 데 비해 한국에서 팔리는 미국 차는 4000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커틀러 대표는 또 “이번 협상기간에 먼저 양허안의 틀과 구조를 짜는 게 중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면 9월 3차 협상 전까지 양허안을 교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농산물 등 취약 품목에 대해, 미국은 섬유산업에 대해 관세인하 이행기간을 최대한 늘린다는 방침으로 양국의 입장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한국 측의 취약 품목이 더 많아 미국의 주장대로 개방시기가 앞당겨지면 한국이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협상장인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주변에서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노동·농민 단체들이 잇달아 집회를 열고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노동계가 한미 FTA 협상을 저지한다며 불법 총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우리의 일자리를 없애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한미 FTA 협상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대미 협상팀 외에 국내 의견 수렴과 홍보, 문제점 점검 등을 위한 별도의 국내팀 구성을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이같이 지시하고 “국내팀은 FTA 협상과 관련해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반대의견과 쟁점 등 각종 의견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점검해 협상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인터넷 교육-SAT 관심… 개성공단 제품 인정못해”▼

웬디 커틀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측 협상 수석대표는 10일 “협상의 성공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라호텔 23층 파인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바깥의 시위에 대해 “오늘 아침 한국 신문을 읽어봐서 잘 알고 있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커틀러 대표는 “(한미) 양측 모두 정치적인 의지가 있고, 작년 재작년 많은 준비를 해서 성공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면서도 “물론 내용을 희생하면서까지 협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SAT) 준비 교육 및 인터넷을 통한 원격교육 서비스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2차 협상 전망과 목표는….

“특별한 목표가 있다면 상품 양허안(관세 인하 폭과 이행 기간)을 교환하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우선 이를 위한 ‘틀’을 중점 논의할 것이다. 이에 대한 협상을 가능한 한 빨리 마치고 9월 3차 협상 전에 양허안을 교환하는 것이 목표다.”

―교육, 의료 서비스와 관련해 지난달 1차 협상 때 비영리법인 제도의 변경과 이를 통한 시장개방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게 사실인가.

“한국의 의무교육 시장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교육서비스, SAT 시장 등은 관심이 있다. 또 한국의 전기, 수도 등을 운영하거나 통제할 생각은 없다. 한국의 현행 의료체계를 존중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에 대한 미국의 견해는….

“로버트 포트먼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미 FTA는 미국과 한국에서 만들어진 물품에 한한다’고 답변했다는 것을 다시 말씀드린다.”

―쌀 시장에 대한 견해는….

“미국 쌀 수출을 위해 한국의 시장 접근성이 더 커질 수 있도록 미국 대표단이 노력할 것이라는 점은 비밀이 아니다.”

―다른 중요한 쟁점 사항은….

“자동차 부문이다. 이 부문의 양국 간 교역은 굉장히 불균형한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8%에 이르는 관세를 없애고 다른 비관세 장벽도 제거하려는 것이다. 특히 각종 표준이나 인증 문제, 수입차에 대한 반감, 세금 문제 등 비관세 장벽의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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