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과 정부의 약가 인하정책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제약업계가 수출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신약 개발보다 손쉬운 원료나 카피약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의약품 수출은 2000년 5억7440만 달러에서 지난해엔 8억5770만 달러로 49% 늘었다.
○ 수출이 살길이다
제약업계가 수출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시장의 경영 여건 탓이다.
의약분업 이후 다국적 제약회사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데다 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FTA에서 미국은 신약의 특허권을 연장하고 카피약 가격을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한미 FTA가 체결되면 카피약에 주력하는 국내 제약사 244곳(완제품 기준) 가운데 절반 이상이 퇴출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약가 인하정책도 한 원인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급여에서 차지하는 약제비 비중을 현재 29.2%에서 2010년엔 24%로 내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줄어드는 약제비는 총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 조성에 나서고 있다. 우선 수출을 위해 선진국 기준의 생산설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올해 5월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단지에 미국의 의약품 cGMP에 맞춰 공장을 새로 지었다. 2003년 미국 길리드사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치료제 원료 물질을 수출하면서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비중은 2003년 7%에서 올 1분기(1∼3월)엔 17.7%로 늘었다.
2004년 세계 최초로 다국적 제약회사의 항생제를 카피한 ‘이미페넴’으로 지난해 일본과 중남미에 진출한 중외제약은 미국과 유럽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중외제약은 올해 5월 충남 당진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 전문공장’을 지었다.
○ 덩치 키우고 연구개발 투자 늘려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달 말 제약회사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해외 인허가 지원팀과 특허 지원팀을 신설한다.
하지만 해외시장 개척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황상연 연구위원은 “낮은 기술력, 고비용 생산구조 때문에 국내 제약회사가 미국에서 적격 승인을 받은 원료 의약품이 10개 미만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업체별로 평균 5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경제연구원 고은지 책임연구원은 “국내 제약사가 살아남으려면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연구개발투(R&D)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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