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치솟은 곳은 놔두고 몇년째 안오른 우리만 왜”

  • 입력 200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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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중랑구 중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외벽. 전날 정부가 아파트 매매가격 담합 대책을 발표했지만 ‘우리 아파트 적정가격은 평당 1100만 원부터 1200만 원 이상입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김동주 기자
12일 오전 서울 중랑구 중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외벽. 전날 정부가 아파트 매매가격 담합 대책을 발표했지만 ‘우리 아파트 적정가격은 평당 1100만 원부터 1200만 원 이상입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김동주 기자
“우리 아파트를 지금 시세로 팔면 다른 동네에 전세도 못갑니다. 우리 집도 제값 좀 받겠다는데 정부가 너무하는 것 아닌가요?”

12일 오전 10시 서울 중랑구 신내1동 D아파트 마을문고.

책 정리를 하려고 모였던 이 아파트 부녀회원 6명의 대화는 전날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아파트 가격 담합 대책에 대한 ‘성토’로 바뀌었다.

이 아파트는 건교부가 ‘담합 아파트’라고 발표한 8개 아파트 중 한 곳.

아파트 정문에는 지난달 말까지 ‘평당 1000만 원 이하에는 팔지 맙시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이달 들어 건교부가 담합행위를 제재하겠다고 하자 현수막을 떼었다.

○부녀회 “서민 아파트만 잡아”

이 아파트 부녀회원 이모(45) 씨는 “서울 강남지역 고가(高價) 아파트는 내버려두고 몇 년이 지나도 매매가가 그대로인 강북 서민 아파트만 손보려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 씨는 2004년 봄에 이 아파트 32평형을 2억3000만 원에 샀다. 2년여가 지난 지금 이 아파트의 가격은 여전히 제자리다. 그는 집 살 때 대출받은 1억 원에 대해 지금까지 낸 이자 1300여만 원을 계산하면 차익은커녕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옆자리의 신모(45) 씨는 “담합을 해 집값이 올랐다면 기꺼이 처벌받을 용의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부녀회원들은 ‘담합 아파트’로 지정되면 실거래가를 공개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는 부담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민 정모(42) 씨는 “부녀회가 중개업소에 ‘요구’했던 가격보다 실거래가가 1억 원 이상 낮은데 앞으로 집값이 폭락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걱정했다.

이 아파트 정문 앞 중개업소에는 ‘○○평형 ○억○○○만 원’이라는 매물 시세가 붙어 있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시세를 밝히면 ‘후진 동네’로 찍힌다”는 부녀회 입김 때문이다.

○부녀회 ‘권장 중개업소’ 지정까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K아파트와 바로 옆 H아파트도 건교부가 발표한 ‘담합 아파트’다.

H아파트 정문 앞 상가에서 최근까지 K중개업소를 운영했던 김모(52) 씨는 “부녀회가 가게 앞에 의자를 놓고 영업을 감시할 정도로 등쌀이 심했다”며 “정부의 대책으로 ‘값을 높여 부르라’는 부녀회의 압력이 줄어들면 거래가 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파트 상가에서 만난 주민 정모(52) 씨는 “담합이 드러나도 형사처벌은 안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부녀회는 오히려 반색하고 있다”며 “이 정도로는 담합이 없어질 리 없다”고 내다봤다.

아파트 부녀회의 ‘힘’은 말 잘 듣는 중개업소에 거래를 몰아줄 정도로 셌던 것이 사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B아파트 단지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부녀회는 시세 인상 요구를 받아들인 T부동산을 아파트 게시판에 ‘권장업소’로 지정하고 다른 중개업소와는 사실상 거래를 못하게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작년부터 부동산 담합이 극성을 부렸는데도 이제야 ‘미지근한 제재’를 하겠다는 것은 뒤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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