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의 고공행진은 대외 의존도가 큰 한국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주식시장도 고유가와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 포기,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중국의 추가긴축 시사 등이 겹쳐 당분간 조정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연간 경제성장률을 5%로 예측했다. 이런 전망의 전제로 하반기 평균 유가(두바이유 기준)를 배럴당 65달러로 전망했다.
올 상반기 평균 두바이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61.1달러였지만 7월 들어서는 이 수준을 훌쩍 넘어선 데 이어 13일에는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70달러까지 돌파했다.
문제는 고유가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유가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된 중동 정세(情勢)의 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미국이 허리케인 시즌이라는 점도 석유시장에 불안을 더하는 변수다.
전문가들은 허리케인까지 겹치면 국제유가가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80달러 돌파는 물론 90달러대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동산 두바이유도 8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되면 올해 5% 성장 목표 달성은 힘겹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배럴당 80달러 선은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있는 한계 수준이고 이를 넘어서면 물가상승 압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증시도 고유가를 비롯한 대외 악재로 인해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국제유가가 투자심리를 억누르는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중국의 긴축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면서 도처에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일본이 제로금리에서 탈피해 기준금리를 연 0.25%로 인상한 것은 일본 엔화자금을 대출받아 국내 증시에 투자해온 해외 투자자금의 이탈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메리츠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대형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면서 “코스피지수는 이 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당분간 1,200∼1,300 선 사이에서 오르내릴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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