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건설교통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건교부는 판교 중대형 아파트의 평당 실제 분양가를 1800만 원 이상으로 높게 정해 당첨자에게 막대한 시세 차익을 주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판교 주변의 높은 아파트 값을 시세로 인정하는 바람에 중산층의 판교 진입을 사실상 가로막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16일 건교부와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공공택지 내 전용면적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평당 실제 분양가는 1833만∼1888만 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실제 분양가는 건설업체의 분양가와 25.7평 초과 아파트를 살 때 부담해야 할 채권 예상손실액(채권을 샀다가 할인해 팔 때 손해 보는 비용)을 합한 것이다.
이 같은 실제 분양가는 올해 3월 판교신도시에서 분양됐던 25.7평 이하 민간 건설업체 분양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 1176만2000원보다 656만8000∼711만8000만 원 높은 것.
이처럼 실제 분양가가 높아진 것은 분양가 산정의 기준인 ‘인근 시세’를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같은 평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판교 중대형의 분양가를 낮춰 잡으면 입주 가능성이 높은 고소득층들이 큰 시세차익을 볼 수 있으며 투기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양가를 높인 이유를 설명했다.
건교부는 입지와 주거환경이 좋은 판교 중대형 아파트가 서울 강남지역과 분당신도시 등에 몰리는 고급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봉급생활자 등 중산층의 판교 중대형 진입은 힘들어질 전망이다.
판교 중대형 아파트 당첨자가 계약 초기에 부담해야 할 금액은 계약금과 채권 예상손실액을 포함해 2억5600만∼3억6200만 원 정도. 중산층은 자기 집을 팔지 않으면 초기자금을 마련하기에도 벅찬 수준이다.
건교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ID 신지혜)은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에 30%의 거품이 있다는 정부 말이 맞다면 판교의 분양가는 거품을 뺀 뒤 분당 시세의 70%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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