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안 보일땐… 찍고 묻어라”…가치투자자 2인의 조언

  • 입력 2006년 7월 19일 03시 04분


증시가 혼란스럽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이다.

그러나 주식은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종목에 투자하는 게임이다. 주식시장이 활황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주식 투자다.

피터 린치와 워런 버핏으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가치투자자들은 애초부터 시장과 상관없이 철저히 종목에만 집중하는 투자 스타일을 보여 줬다.

이들은 오히려 증시가 부진할 때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좋은 성과를 얻었다.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장세에서 실제 가치투자자들은 어떤 투자 전략을 갖고 있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가치투자자로 평가받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전무와 가치투자자문 박정구 사장에게 투자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무작정 싼 종목을 고르는 것은 위험하다

과거 가치투자자들은 주가 폭락기에 주식을 사들여 상당한 재미를 봤다.

그런데 이들은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도 저평가된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지 않았다. 국내 증시에도 합리적 투자 관행이 서서히 뿌리 내리면서 ‘주가가 떨어진 종목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채원 전무는 “단순히 많이 빠진 종목을 사기보다 정말 좋은 종목인데 조금 빠진 종목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주가가 하락하지 않은 종목이라도 기업 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집중 매수하고 있다.

싸다는 이유로 잘못 손댔다가 기업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

박정구 사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분명히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져 기업 이익에 비해 싼 종목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종목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그는 “지금 당장은 저평가된 것처럼 보여도 하반기 실적이 뚝 떨어지면 소용이 없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이 낮다고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버려진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치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실적의 질(質)이 좋고 흐름도 안정적이지만 최근 장세 분위기에 휩쓸려 주가가 하락한 종목들이다.

대부분 이런 종목들은 중소형주에 집중돼 있다. 특히 최근 기관투자가들이 중소형주를 집중적으로 팔면서, 괜찮은 기업인데도 주가가 빠진 기업이 꽤 있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유통 물량이 적어 기관들이 싫어하는 종목 중에는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이 많다”며 “이런 종목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배 미만인 자산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무도 “PBR 0.3배 미만인 종목을 목표로 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기관이 버린 중소형주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이 집중 매수 대상”이라고 귀띔했다.

○시간과의 싸움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가치투자가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좋은 종목을 골라 투자를 하더라도 2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자산주의 경우 언제 주가가 제 가치를 찾을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기업에 대해 확신을 갖고 오래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을 가져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무도 “기관들이 중소형 가치주를 최근에 집중적으로 팔았는데 이런 종목은 주가가 바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2, 3년은 기다릴 생각을 하고 길게 내다보는 투자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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