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에 W페인트의 힘겨운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다.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국제유가와 원화가치 상승(원화환율 하락) 등 경제적 요인에다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안보 불안 △자동차업계 등의 파업 △홍수 피해 같은 경제외적 악재까지 겹치면서 “기업하기 너무 힘들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은 물론 잘나가던 대기업의 사정도 심상치 않다.
○ 휴업에다 야반도주까지-중소기업의 고통
광주의 플라스틱 필름 생산업체인 C산업은 요즘 휴일에는 공장 문을 닫는다. 기기 특성상 한 번 껐다 켜면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 예전에는 연중 계속 가동했다.
이 회사 최모 사장은 “원료 가격은 두 배로 올랐지만 납품 가격은 30%밖에 오르지 않아 도저히 수지 타산을 맞출 수가 없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광주 전남지역 플라스틱 제조업체 70여 개 중 5%는 이미 부도가 났고 부도 직전에 이른 업체도 상당수”라며 한숨을 쉬었다.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의 섬유업체인 S사 이모 사장은 빚에 시달리다 며칠 전 야반도주했다. 고유가로 화학섬유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가격이 급상승한 데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부도를 냈기 때문.
대구지역 중견 섬유업체인 서강물산 김대균 대표는 “3, 4년 전만 해도 매출이 700억 원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반 토막이 났고 380명이던 직원도 절반 가까이 줄여야만 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 경북지역 700여 개의 섬유·직물 관련업체 상당수가 휘청거리고 있다.
○ 대기업 체력도 바닥나기 시작
아시아나항공의 한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사태 등으로 안보 불안마저 겹치면서 승객 감소가 우려된다”고 털어놓았다.
LG화학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올 2분기(4∼6월) 매출은 26.6%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은 각각 43.9%와 64.3% 줄었다.
현대자동차는 6월 26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노조 파업으로 이달 18일 현재 9490억 원(차량 6만8560대 생산 차질)의 손실을 보았고 조만간 매출 손실이 1조 원을 넘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7월 제조업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4로 연중 최저치를 보였다.
○ 규제 완화로 투자의욕 살려야
전문가들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외부 악재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와 소비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정부가 기업들이 투자를 더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강도 높게 추진하고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는 “시중에 자금이 넘치고 투자처도 많고 투자할 기업도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업종별 진입규제 폐지 등을 통해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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