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성(52) 씨는 우리은행 베트남 호찌민 지점장이다. 하노이 지점장을 거쳐 7년째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엔 영업이 쉬웠다고 한다. 하노이와 호찌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대출 받으려고 줄을 섰을 정도다.
지금 베트남에 있는 한국계 금융회사는 10개가 넘는다. 기업에 접대까지 하면서 “우리 돈 좀 써 달라”고 사정하지만 대출을 하겠다는 기업은 별로 없다. 경쟁 은행에서 더 나은 대출조건을 제시한 탓이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본보가 19일 입수한 재정경제부의 ‘금융회사 해외점포 진출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까지 금융회사 21곳이 해외점포 30개를 열었거나 개점을 준비 중이다. 이는 1967년 이후 설립된 기존 해외점포(2004년 말 기준 209개)의 14.4%에 이른다.
하지만 해외점포 업무가 국내에서 하던 것과 비슷한 데다 점포 간 경쟁이 심해 수익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현지 사무소서 독립된 현지법인 늘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진 건 금융업종별 장벽을 없애는 ‘자본시장 통합법’ 제정 작업이 본격화된 지난해 1월부터다. 국내에서 매출을 더 늘리기 힘들다고 판단한 금융회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
과거 해외점포는 현지 정보를 수집하는 사무소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독립된 영업을 하는 현지법인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초 홍콩 현지법인 설립에 앞서 전문 인력을 현지에서 채용하고 있다. 인수합병(M&A) 등 지금껏 한국계 은행이 잘 다루지 않던 분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우즈베키스탄에 ‘우즈대우은행’을 설립했다.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공략한다는 포석이다.
보험 증권 투자자문사들은 금융상품이 많지 않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에 ‘중국유한공사’를 설립하고 내년 초 기업 대상 보험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피데스투자자문은 자문사로서는 처음 호찌민에 사무소를 세웠다.
○ 베이징 호찌민 홍콩 등 과열 경쟁
금융회사 해외점포 중에는 수익성이 국내 점포보다 낮은 곳이 많다.
금융연구원과 은행업계는 △국내영업행태 답습 △전문인력 부족 △국내 회사 간 과당경쟁 등을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해외점포는 현지 한국기업과 교민을 대상으로 한 여·수신, 송금 및 환전 업무를 주로 한다. 국내 점포와 다를 게 없다.
인력을 뽑는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당수 금융회사가 국내에서 영업 성적이 좋았거나 힘든 보직에서 일한 사람에게 보상 차원에서 해외점포 발령을 낸다고 한다.
베이징, 호찌민, 홍콩 등에는 국내 금융회사끼리 ‘출혈 경쟁’을 하기도 한다.
박인수 현대해상화재보험 베이징법인장은 “외국인을 환영하던 중국 정부가 최근엔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며 “사업모델 개발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실 기업 자문-소규모 M&A로 경험 쌓아야
금융전문가들은 국내 금융회사가 처음부터 외국 대형 투자은행을 모방할 게 아니라 부실기업 자문이나 소규모 M&A를 통해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경영전략팀장은 “외국의 유명 중소형 투자은행 지분을 산 뒤 이 은행을 통해 영업을 하면 세계시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외국 은행을 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국가 간 M&A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현황 2005년 1월 이후 신고 기준. | ||||
금융회사 | 진출국 | 진출 도시 | 회사 유형 | 신고 시기 |
현대캐피탈 | 중국 | 베이징 | 사무소 | 2005년 1월 |
대한생명 | 일본 | 도쿄 | 사무소 | 2월 |
현대해상 | 미국 | 로스앤젤레스 | 사무소 | 4월 |
대한생명 | 미국 | 뉴욕 | 현지법인 | 4월 |
우리은행 | 베트남 | 호찌민 | 지점 | 5월 |
현대해상 | 중국 | 베이징 | 현지법인 | 5월 |
삼성화재 | 영국 | 런던 | 사무소 | 6월 |
산업은행 | 브라질 | 상파울루 | 현지법인 | 6월 |
기업은행 | 영국 | 런던 | 지점 | 7월 |
기업은행 | 중국 | 옌타이 | 지점 | 7월 |
기업은행 | 베트남 | 호찌민 | 사무소 | 7월 |
미래에셋 | 중국 | 홍콩 | 사무소 | 8월 |
신한은행 | 중국 | 홍콩 | 지점 | 8월 |
C&H캐피탈 | 미국 | 샌프란시스코 | 사무소 | 9월 |
동부화재 | 미국 | 하와이 | 지점 | 9월 |
동양생명 | 미국 | 뉴욕 | 사무소 | 9월 |
LG화재 | 미국 | 뉴저지 | 현지법인 | 10월 |
대한생명 | 베트남 | 하노이 | 사무소 | 11월 |
흥국생명 | 중국 | 베이징 | 사무소 | 11월 |
산업은행 | 우즈베키스탄 | 타슈켄트 | 현지법인 | 11월 |
한국증권선물거래소 | 중국 | 베이징 | 사무소 | 12월 |
동부화재 | 중국 | 베이징 | 사무소 | 2006년 3월 |
현대해상 | 미국 | 뉴저지 | 현지법인 | 3월 |
피데스투자자문 | 베트남 | 호찌민 | 사무소 | 3월 |
키움닷컴증권 | 일본 | 도쿄 | 사무소 | 4월 |
미래에셋증권 | 중국 | 홍콩 | 현지법인 | 5월 |
대우증권 | 일본 | 도쿄 | 사무소 | 6월 |
동양종합금융증권 | 미국 | 뉴욕 | 사무소 | 6월 |
맵스자산운용 | 베트남 | 호찌민 | 사무소 | 6월 |
우리은행 | 중국 | 홍콩 | 현지법인 | 7월(예정) |
자료: 재정경제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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