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억달러 반도체공장 싱가포르에 빼앗겨 가슴아파”

  • 입력 2006년 7월 24일 03시 03분


한국과 싱가포르는 올해 상반기(1∼6월) 굵직한 외국인 투자 유치 경쟁에서 1승 1패를 주고받았다.

한국은 싱가포르로 발길을 돌리려던 미국 3M의 1억4000만 달러(약 1330억 원) 규모 공기여과필터 제조공장을 경기 화성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삼성전자가 독일 질트로니크사(社)와 2억 달러씩 모두 4억 달러(약 3800억 원)를 투자해 세우는 합작반도체 공장을 유치했다. 15년간 법인세 면제 조건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결과다.

○ 3M 한국 유치 상반기 가장 큰 성과

외국인 투자 유치의 최일선에 있는 KOTRA 인베스트코리아 정동수(51·사진) 단장은 3M과 삼성전자 건을 각각 올 상반기 가장 큰 성과와 뼈아픈 실패 사례로 꼽았다.

20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 KOTRA 사무실에서 만난 정 단장에게 3M의 유치 비결과 삼성전자의 유치 실패 원인을 물었다.

“3M이 한국과 싱가포르를 놓고 저울질한다는 정보를 3월경 입수했다. 한국3M 관계자들과 접촉한 결과 싱가포르가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한국 정부가 성의를 보이면 한국에 갈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하면 2년간 최대 60억 원의 운영 경비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3M에 약속했다. 한국3M이 3M의 해외 지사 중 매출 규모가 3위인 점도 한국 유치에 도움이 됐다.”

투자 규모가 더 큰 삼성전자 공장은 왜 빼앗겼을까.

정 단장은 “솔직히 몰랐다. 동아일보에 난 걸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본보는 최근 삼성전자와 질트로니크가 한국에 짓기로 했던 반도체 공장을 싱가포르 정부의 적극적인 유치 정책으로 싱가포르로 옮겨 세우기로 했다는 소식을 단독 취재해 보도한 바 있다.

▶본보 15일자 1면·17일자 13면 참조

정 단장은 홍기화 KOTRA 사장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해 ‘모셔 온’ 인물이다.

그는 고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미국 국적을 취득했고, 미 클린턴 행정부에서 서비스업 및 금융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국제통상전문가다.

○ 국내법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정 단장은 “외국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면 국내 기업도 국내에 투자할 것”이라며 투자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을 물어봤다.

“정부의 기업규제를 완화하고 국내법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일이 가장 시급합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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