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모르는 만큼 손해…습관부터 바꿔야”

  • 입력 2006년 7월 24일 14시 00분


임상구(35) 씨는 여자친구 박혜정(이상 가명·33) 씨의 손에 이끌려 자산 클리닉센터를 찾았다. 두 사람은 2년 안에 결혼할 계획이다.

통신 엔지니어인 임 씨의 연봉은 세금을 빼고 5000만 원 정도. 그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전세 9000만 원짜리 아파트에 혼자 산다.

임 씨는 연 수입과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매우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돈만 3000만 원이 넘는다. 올 초 2000만 원을 넣은 해외 펀드 수익률이 7월초 까지 마이너스 15%로 손해를 보고 있지만 좀더 지켜볼 생각이다.

박 씨는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전세 8000만 원짜리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 의상 디자이너인 그녀의 연 수입은 약 4000만 원(세금 제외). 체계적인 자산운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잘 몰라 일단 은행에만 7000만 원을 넣어두고 있다.

박 씨는 최근 임 씨의 권유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볼까 고민하고 있다.

각자 자유롭게 생활하던 이들은 결혼과 노후를 대비한 자산 클리닉을 함께 받고 싶어 한다. 이른 나이의 결혼이 아닌 만큼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재산을 차곡차곡 불려 나가기를 원한다.

●"재테크 습관부터 교정해야"

"무엇보다 재테크 습관에 대한 교정부터 필요하겠네요."

상담을 맡은 삼성증권 신라호텔지점의 박완정 프라이빗뱅커(PB)는 "두 사람 모두 청약통장 1순위자이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등 재테크에 무관심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안정적인 직업인데도 연 수입에 비해 보유 자산이 넉넉하지 않은 것은 평소 자산 관리를 소홀히 한 증거라고 '쓴 소리'도 했다. 박 PB는 우선 임 씨와 박 씨에게 '조간 신문의 경제관련 기사를 정독할 것'부터 권했다.

"금리와 환율, 부동산 정책과 세무 등 재테크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모르면 모르는 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수입에 비해 지출이 너무 큰 것이 아닌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PB는 특히 임 씨에게 "직접투자를 포기하고 간접투자로 돌릴 것"을 권했다. 직장 생활에 몰두해야 하는 개인이 주식 직접투자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 매매에 필요한 고민과 시간을 생각하면 간접투자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손해를 보고 있는 해외 펀드는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펀드 투자가 1, 2년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 개월의 수익률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것. 다만 투자가 일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면 여러 지역으로 나눠 위험을 줄여야 한다.

●"연금 보험은 배우자에게"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자산 가치가 있는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박 PB는 강북 또는 수도권의 3억 원대 30평형 아파트를 추천했다. 자금은 두 사람의 전세 보증금에 모기지론을 더해서 마련한다. 15년 이상 장기 상환 방식의 모기지론이나 은행의 주택담보 대출을 선택하면 연 이자 1000만 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무방비 상태인 노후 설계도 지금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박 PB는 두 사람의 애정을 돈독히 할 재테크 방법을 추천했다.

"각자 소득의 일정 금액(월 75만 원)을 넣는 연금보험에 가입하되 피보험자를 상대방에게 돌리세요. 본인 사후에도 피보험자가 살아 있는 동안은 연금이 나옵니다. 연금 수령액보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크게 느껴질 겁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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