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글로벌 시대’지만 비슷한 제품이 나라별로 천차만별인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운송비와 관세를 감안해도 가격차가 터무니없이 큰 경우도 많다.
○ 시장에 따라 가격은 몇 배 차이
해외 연수를 마치고 올해 초 귀국한 김명수(35) 씨는 더는 ‘커피 빈’에 가지 않는다. 김 씨는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한복판의 ‘커피 빈’에선 레귤러 사이즈 커피가 1.5달러(약 1425 원)였다”며 “한국에선 비슷한 커피가 3300원이어서 바가지를 쓰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입 자동차의 한국 내 판매가 역시 높은 관세(8%)를 감안한다 해도 미국보다 대체로 비싸다.
미국 자동차 가격 정보 사이트인 ‘켈리 블루 북’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 ES350의 미국 판매가(풀 옵션 기준, 지역별 세금 부과 전 가격)는 4597만 원(4만8390달러)이지만 한국에서는 6360만 원(부가가치세 및 특별소비세 등 포함)에 팔린다. 관세(2.5%)를 뺀 미국 판매가를 달러당 950원으로 환산하면 약 4485만 원. 한국에서 관세(8%) 및 각종 세금을 제외한 가격인 4738만 원과 비교해도 25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 이익 극대화 vs 만족 극대화
수입업체들은 가격차의 원인으로 원가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GNC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동원F&B 측은 “미국 GNC가 한국의 건강보조식품 기준에 맞춰 직접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체제의 미국 판매제품보다 원가가 비싸다”며 “미국 소매점에 공급되는 가격보다 3, 4배 비싸게 수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구매력이나 물가에 따른 국가별 가격차도 크다. 올해 5월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빅맥 지수’를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재료와 품질이 표준화된 맥도널드의 햄버거 ‘빅맥’ 가격도 미국 3.1달러, 한국 2.62달러 등으로 달랐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시장에선 더 높은 가격을 매기는 가격 차별화 정책을 펴는 경우도 많다.
동국대 경영학과 여준상(마케팅) 교수는 “일부 다국적기업은 가격이 비쌀수록 한국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고가 정책을 쓴다”며 “소비자들은 비슷한 품질의 외국 제품이 어느정도에 팔리는지를 따져보고 합리적으로 구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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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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