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선임이 연기되면서 노조도 전면 총파업을 유보하기로 해 노사 간에 심각한 충돌 국면으로 치닫던 이번 거래소 사태가 일단 한 고비를 넘어섰다. ▶본보 24일자 A12면 참조
거래소는 24일 저녁 서울 강남구 모 호텔에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내정설이 나돈 공인회계사 김영환(42) 씨를 상임감사 후보로 추천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4시간 토론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를 연기했다.
추천위에 참석한 한 위원은 이날 오후 11시 반경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씨를 포함한 후보자 3명을 인터뷰했으나 더 좋은 결정을 내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최종 결정을 유보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추천위가 무기한 연기됨에 따라 25일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주주총회도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당초 김 씨를 상임감사로 사실상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거래소 노조가 이에 강력히 반발해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라는 내용이 24일 본보에 보도된 뒤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감사 선임 결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추천위에 참석한 또 다른 위원은 “지금은 여론을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감사 선임도 여론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386 운동권 출신인 김 씨는 5·31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정책팀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여당의 젊은 국회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국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다만 김 씨를 상임감사로 내정해 놓고 이를 감추기 위해 추천위를 연기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정환 증권선물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거래소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의 파업에 대비해 이영탁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시장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부장급 이상 간부들과 외부 용역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주식 거래 중단을 막고 파업이 길어지면 증시 혼란을 줄이기 위하여 주식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극단적인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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