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 코스피로 우회?…코스닥 막히자 타깃 이동

  • 입력 2006년 7월 31일 03시 05분


최근 가죽의류 제조업체 ‘상림’의 주가는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을 반복했다.

12일 4270원이던 이 회사 주가는 13일부터 사흘(거래일 기준) 연속 상한가를 치면서 20일엔 6640원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상승률은 55.5%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1일 하락세로 돌아서 26일에는 5050원까지 주저앉았다.

상림 주가를 움직인 재료는 ‘우회 상장(上場)’이었다.

상림은 13일 엔터테인먼트업체 아이비스포츠를 합병한다고, 19일에는 최대주주가 아이비스포츠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비상장업체 아이비스포츠가 상림을 통해 증시 ‘뒷문 상장’에 성공한 것.

코스닥시장 뒷문 상장이 증권당국의 규제로 어려워지자 전통의 코스피기업들이 변칙 우회 상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주가 급등락으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지만 증권선물거래소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 제로원인터랙티브 아이비스포츠 등 올해 들어 벌써 2건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는 67개 기업이 뒷문 상장했다.

문제가 되자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을 바꿔 우회 상장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우회 상장한 회사라도 자본금이 50억 원 미만이 되거나 적자를 내면 곧바로 퇴출된다. 또 우회 상장 후 1년 동안 ‘투자 주의’ 딱지가 붙는다.

코스닥기업을 통한 뒷문 상장이 어렵게 되자 코스피업체가 대안으로 등장하게 된 것.

코스피시장 우회 상장 사례는 1956년 시장 개설 이후 작년까지 49년 동안 단 4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3월 코스피업체 남선홈웨어를 인수해 우회 상장한 엔터테인먼트업체 제로원인터랙티브와 아이비스포츠 등 벌써 2건이나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연말까지 20∼30개 업체가 코스피시장 우회 상장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메리츠증권 노기선 IB팀장은 “아이비스포츠는 지난해 자본잠식으로 상장이 불가능한 회사였다”며 “코스닥 우회 상장이 사실상 차단된 만큼 코스피업체 인수를 통한 우회 상장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개인투자자 피해 우려… 당국선 수수방관

우회 상장이 불법은 아니지만, 상장을 앞두고 주가가 미확인 정보로 급등락하는 등 주가 흐름을 왜곡하기 때문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림과 남선홈웨어도 우회 상장 관련 공시가 뜨기 훨씬 전부터 주가가 출렁이면서 멋모르고 투자한 일반인들이 상당한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투기세력들이 뒷문 상장을 단기차익을 노리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 안팎에서 코스피 뒷문 상장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증권당국은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상장제도총괄팀 김인수 부장은 “코스피시장에서 우회 상장으로 심각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피시장에서도 적자를 내는 중소형 제조업체가 많다”며 “‘우회 변칙상장의 사냥터’라는 오명을 듣지 않으려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우회상장(backdoor listing):

비상장업체가 상장 심사나 공모주 청약을 거치지 않고 상장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진입하는 것을 말한다. ‘뒷문 상장’이라고도 한다. 심사 요건에 못 미치는 비상장업체의 변칙 상장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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