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창업 3년째 내리막…성장엔진 멈춰서나

  • 입력 2006년 7월 31일 20시 12분


《한국 경제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성장동력을 제공해왔던 제조업체 창업이 뒷걸음치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얼어붙었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1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얼마 전에는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5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는 발

표가 있었다.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9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였다. 국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기업과 개인들이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상반기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가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경제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져 가고 있다.》

경기 구리시에 있는 가구업체 공장장으로 일하다 6월 퇴직한 한 모 씨(42)는 요즘 충남 천안지역 대학가를 샅샅이 훑고 다닌다. 원룸 임대 사업을 할 주택을 물색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가구업체를 차리는 게 꿈이었지만 흑자를 낼 자신이 없어 꿈을 접었다.

제조업 창업이 해마다 줄면서 성장 동력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31일 중소기업청의 신설법인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조업 신설법인은 407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505개보다 26.1%(1435개) 줄었다.

연간 제조업 신설법인은 2003년 1만2445개에서 2004년 1만178개(-11.0%), 2005년 9435개(-14.8%) 등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반면에 제조업과 서비스업, 농림어업, 건설업 등을 포함한 전체 신설법인 수는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5만개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신설법인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23.6%에서 올해 상반기 15.3%로 하락했다.

제조업 창업이 위축되는 가장 큰 원인은 수익을 낼만한 사업을 찾기가 어려워진데다 규제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02년 이후 창업한 중소 벤처기업 212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창업 기피 요인으로 '제조업의 수익창출 능력 약화'를 꼽은 업체가 45.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력확보의 어려움(17.9%)', '과도한 규제(16.5%)', '자금융통의 어려움(15.5%)' 등이 뒤를 이었다.

산업연구원 조덕희 연구위원은 "제조업 창업이 부진해 지면서 일자리 창출 기회가 사라지고 성장률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기업하려니“수출길 막혀 앞날 캄캄”

대구 성서공단에서 우산 제조업체를 하고 있는 김 모(40) 사장. 그는 요즘 회사를 정리하고 음식점을 열 생각을 하고 있다.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 강세)으로 수출이 어려워진 데다 국내에서도 저가(低價) 중국산 우산 때문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한 때 500만 달러 수출을 하던 회사를 포기하자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하소연했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최근 1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업종이나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상당수 기업들이 경기가 나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국 2929개 업체 대상으로 '7월 기업경기 조사'를 한 결과, 7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7로 전월에 비해 6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작년 7월(75) 이후 1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것.

비 제조업체의 7월 업황 BSI도 76으로 전월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 밑이면 그 반대다.

모든 기업의 7월 업황 BSI가 떨어졌지만 중소기업(79→75)보다 대기업(89→79)이, 수출기업(84→79)보다 내수기업(82→75)의 하락폭이 더 컸다.

기업들이 한 달 후 경기가 어떻게 될 지를 예상하는 '업황 전망 BSI(8월 기준)'도 제조업이 79로 전월에 비해 5포인트 하락했다. 비제조업도 전월보다 4포인트 떨어진 77이었다.

한은 조사통계팀 강병천 차장은 "7월에 북한 미사일 발사 실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노사 분규 등이 겹치면서 기업인들의 체감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장사하려니 “매출 줄어 한숨만 나와”

전남 목포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상희(43·여) 씨는 요즘 업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5년 전 식당을 시작한 뒤 매달 평균 1200만 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 들어 800만 원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

한씨는 "노래방으로 바꾸려 했는데 주변에서 '술장사도 안 되는데 무슨 노래방이냐"고 말려 아직 결정 못했다"고 말했다.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자영업 경기를 포함한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가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작년 6월(증가율 2.8%)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다.

서비스업 침체는 통신업과 오락·문화·운동서비스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나타났다.

도소매업은 지난해 동월보다 3.7% 증가해 지난달(4.1%)보다 증가율이 떨어졌다.

특히 체감 경기와 밀접한 숙박 및 음식점업은 1.7%의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음식점업은 지난해 11월의 0.6% 이후 가장 낮은 1.4% 증가율을 나타냈다.

자동차 판매도 2.4%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9월(-2.2%) 이후 최저치였다.

부동산 및 임대업은 7.6%로 비교적 높아 보이지만 이 역시 지난해 10월(6.5%) 이후 가장 낮은 증가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거래가 움츠러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 및 보험업도 지난해 6월(6.0%) 이후 최저인 6.4%의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청은 "6월 독일월드컵이 한국시간으로 밤과 새벽에 열린 탓에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서비스업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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