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일 '주요국의 주택가격, 리스크와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주택 가격만을 목표로 한 통화 정책은 효과를 낼 수 없다"며 "집값에 버블(거품)이 끼어있는 지 판단하기 어렵고, 버블로 판단하더라도 버블만을 제거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처럼 집값이 일부 지역에서만 급등하는 경우 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 정책을 쓰면 전국 집값이 모두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다른 경제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섣불리 거시적 대응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미국, 영국에서도 금융자산 투자수익률이 부동산 투자수익률보다 낮은 현상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집값이 크게 올랐다며 "부동산 시장에 돈이 많이 흘러든 것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 점을 고려해 금리 인상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에 몰린 돈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흡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호열 한은 구미(歐美)경제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전 세계적으로 집값을 올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금리정책이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집값만을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이어 보고서는 "집값이 급락할 경우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빌렸던 사람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은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거나 신용평가기준을 강화하는 등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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