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C는 이날 판정문에서 “램버스는 자사가 보유한 고속 컴퓨터 메모리칩 특허기술을 통제하기 위해 시장에서 일련의 ‘기만행위(deceptive conduct)’를 해 왔다”고 밝혔다. FTC는 판정위원 5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램버스가 이 같은 기만행위를 통해 D램 메모리칩의 산업표준을 왜곡했으며, 컴퓨터 메모리산업에서 ‘반경쟁적(anti-competitive) 위치’를 유지해 왔다”고 결정했다.
이번 FTC 판정은 현재 램버스와 국내 반도체 업체들 간에 진행 중인 특허 침해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올 4월 2심 공판에서 램버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3억700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평결을 받았다. 그러나 FTC의 이번 판정에 따라 21일 열리는 최종 공판에서 2심과 다른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특허침해 배상금은 물론 연간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램버스를 상대로 하이닉스와 비슷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존 댄포스 램버스 법률고문은 “FTC 판정이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불법독점 판정이 내려짐에 따라 램버스는 특허침해 소송과 별개로 조만간 고객 반도체회사들에 어떤 식으로든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됐다.
그동안 반도체업계에서는 D램 업체들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수익을 낼 때가 되면 램버스가 1990년대 초 취득한 여러 개의 고속 컴퓨터 메모리칩 특허를 이용해 소송을 내는 수법으로 특허료를 챙겨 왔다는 비난이 많았다.
FTC는 2002년 램버스를 불법독점 혐의로 조사해 기소했으나 2004년 FTC 산하 행정판사는 이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이번 FTC 위원들의 판정은 2004년 행정판사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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