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 최남단 하산 군은 ‘접경지역’으로 분류돼 외국인이 통과 허가증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
특히 북한 나선(나진 선봉)과 접한 두만강 철교 북단은 러시아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연해주 정부와 하산 군 정부는 최근 하산 군청에서 열린 ‘동북아 경제포럼’ 참가자를 국경 지대까지 안내하면서 하산 군이 ‘중-러-한반도’가 만나는 곳으로 동북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럼에는 한국과 중국 관계자,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영사 등 북한 외교관이 참여했다.
연해주가 포럼 참가자에게 국경을 개방하고 하산에서 국제포럼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연해주 개발에 한국 기업이 적극 참여하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보여 주는 사례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반도로 달려오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하산 군 두만강변까지의 TSR 길이는 9766km.
한국 러시아 북한은 3월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 연계를 지속적으로 논의키로 합의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하산∼나진 철도 개량 사업에 착수한 것도 이 때문.
테르스키 미하일 바실리예비치 연해주 전략개발센터 소장은 두만강 철교 북단을 안내하는 자리에서 북한 땅을 가리키며 “TSR와 TKR의 연결은 러시아는 물론 남북한의 교통 경제뿐 아니라 평화를 담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철도공사 철도연구개발센터의 최성규 남북철도팀장은 “남북 관계 등 변수가 있지만 철도 연결 사업은 남북한과 러시아가 모두 윈윈하는 사업”이라며 “부산에서 출발한 화물이 유럽까지 이어지면 부산항은 동북아의 중심 항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해주의 석유 천연가스 신(新)삼국지=하산의 페레보즈나야 만은 겉보기에는 갯벌에 작은 풀만 돋아 있는 평범한 바닷가다. 하지만 이곳은 한국 일본 러시아가 에너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역이다.
러시아는 2004년 12월 동시베리아 타이셰트에서 페레보즈나야 만까지 길이 4118km의 송유관을 건설해 연간 8000만 t을 옮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공사 규모는 115억 달러.
계획이 발표되자 일본이 즉각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일본은 현재 87%인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도를 20%가량 낮추지 않으면 ‘미국의 안보 우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여기에 필요한 양이 연간 5000만 t이다. 일본은 연해주로의 송유관 건설 공사를 따내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도 공사에 참여하겠다며 러시아와 적극 교섭해 연간 2000만 t을 헤이룽장(黑龍江) 성의 다칭(大慶)으로 돌리기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아직 공사 주체를 정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극동 시베리아와 사할린의 천연가스 수천만 t도 2012년까지 가스관을 이용해 연해주로 끌어 온 후 판매할 계획이다.
시모네스크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 연해주 정부 전력 자문관은 포럼에서 “2008년 연해주에 건설될 원유수송 터미널을 통해 한국의 정유공장으로 천연가스를 수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관계자는 “페레보즈나야 만에 건설이 추진 중인 연간 2000만 t 처리 규모의 석유가공 및 석유화학 시설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급할 때 석유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러시아, 소극적인 정부=러시아는 1860년 청나라 말기 혼란기에 베이징(北京)조약을 통해 연해주를 넘겨받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연해주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너무 커지는 것을 경계한다. 중국의 급속한 동진(東進)을 ‘황화론(黃禍論)’에 비유할 정도. 한국의 투자에 대해서는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
하지만 한국 정부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동북아시대위원회’를 만들었으면서도 철도 부문을 제외하면 연해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동북아시대위원회의 관계자는 “아직까지 연해주는 협력 사업 구상에서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성환 주블라디보스토크 영사는 “중동보다 가까운 곳에 거대한 에너지 시장이 형성되고 있지만 연해주의 석유화학 시설 건설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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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공업단지 건설 사업 한국기업 참여 기대”▼
블라디보스토크 연해주 정부 청사에서 최근 만난 고르차코프 빅토르 바실리예비치(66·사진) 부지사는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물류 활성화를 위해 부산항 운영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부산항과 블라디보스토크항이 세미나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해주는 극동에서 외진 곳이어서 비행기로 동남아나 서방 국가로 갈 때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하기 때문에 한국은 매우 익숙하고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세 차례 방문했지만 인천을 경유하는 비행기는 15번이나 탔다.
블라디보스토크=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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