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에도 반드시 정복(正服) 차림
지우가 GAP 인증을 받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작업자들이 습관처럼 여겼던 일들을 바꾸도록 만드는 일이 힘들었다. 집에서 입던 편안한 옷을 입고 온실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일하던 사람들이 정해진 유니폼을 입고 작업장을 드나들 때마다 손발을 소독하는 일을 번거로워했던 것.
작업 과정과 생산·출하량, 온실 상태 등을 시간마다 기록하는 일도 성가신 일이었다.
하지만 1년 동안 매일 아침저녁으로 실시한 교육을 통해 이들의 생각은 바뀌었다.
3년째 이 농가에서 일하고 있는 서승범(31) 씨는 “시간마다 온실의 습도와 이산화탄소 양을 체크하고 통풍 정도부터 작업량, 작업 과정까지 모두 문서로 남긴다”고 말했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도 긴 위생복에 장갑까지 끼고 일하는 나삼례(50·여) 씨는 “전에는 조금만 더워도 반소매 반바지를 입었지만 지금은 정해진 복장만 입는다”고 말했다.
○ 진한 화장은 안 돼요
백과사전 한 권 분량에 이르는 ‘GAP 매뉴얼’에는 작업자들이 지켜야 하는 항목들이 담겨 있다.
매뉴얼에는 ‘작업자는 진한 화장을 하거나 매니큐어를 발라서도 안 된다’거나 ‘작업장에서 껌을 씹거나 침을 뱉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지침이 세세하게 적혀 있다.
이렇게 재배된 파프리카는 냉장차에 실려 국립농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GAP 인증을 받은 전북 익산시 춘포면의 중간관리시설(집하장)로 옮겨진 뒤 전국의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된다.
중간관리시설 벽면에는 ‘오수·폐수 유출사고 시 대응체계’ ‘천재지변 발생시 대응체계’ ‘비상 대응체계 업무흐름도’ 등 갖가지 업무 매뉴얼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이마트 GAP인증사무국의 장봉기 올가닉TF팀 과장은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이 기록으로 남아 있어 식중독 등의 문제가 터졌을 때 원인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농산물을 공산품처럼 관리
GAP는 농산물의 종자 생산부터 재배, 수확, 포장, 유통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농약, 중금속, 미생물 등 인체에 해로운 요소를 없앤 농산물에 대해 인증해 주는 국제 제도.
인증을 받으려면 토양, 수질, 농기구, 농산물 생산에 투입된 작업자의 건강 등 무려 110가지에 달하는 심사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농림부는 GAP인증 농산물 보급 확대를 위해 3월부터 신세계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와 농협, 각종 산학협력단체 등 15곳을 GAP 민간인증기관으로 지정해 오고 있다.
남원·익산=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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