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온대성]하오하오! 전주비빔밥

  • 입력 2006년 8월 9일 03시 04분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인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의 점심시간. 중국의 젊은 직장인들은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하는 고민거리가 줄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전주비빔밥 전문 식당 ‘대장금’이 있다고 감히 자신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자연스럽게 “인삼불고기 1인분, 전주비빔밥 2인분 주세요”라고 말한다. “비빔밥에 콩나물 많이많이 넣어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중국인이 한국 음식을 많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2년 한중 수교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어 국제식품전람회 등 국제행사가 해마다 개최되면서 자연식, 건강식, 발효식으로 만들어지는 한국 음식이 소개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류 열풍과 함께 드라마 ‘대장금’이 인기를 끌고 정부 관계자들이 홍보를 지속적으로 했다.

나는 전주에서 태어나 누구보다도 대한민국과 전주를 사랑한다. 14년 넘게 중국 땅에서 요식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두산그룹 산하의 ‘수복성’이라는 한국 식당을 출범시키면서부터였다. 한국 음식을 중국인에게 널리 보급하는 것을 사명감으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수복성은 중국 정부로부터 최초로 ‘중국국가 한국특급식당’으로 인정받았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한국음식을 먹어 보았다는 곳이 수복성일 만큼 중국의 관료나 상류층은 수복성에서 식사하면 최고의 예우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2003년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중국을 휩쓸어 외국인이 자국으로 돌아갈 때 나는 중국에 남아 한국 김치를 알리는 길을 선택했다. 매일 김치를 500근씩, 60일간 직원과 함께 만들어 김치를 알지 못하는 중국인에게 무료로 나눠 주면서 우수성을 홍보했다.

특히 나는 한국의 전통요리가 세계 3대 요리처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금 세계는 소리 없는 외식문화 전쟁 중이다. 일본은 전 세계 12억 명에게 초밥을 즐겨 먹게 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 아래 국가와 외식협회가 ‘식문화연구추진회’를 운영하고 있다. 태국 요리는 국가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벌써 세계 4대 요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나는 지난달 ‘대장금 조리팀’을 만들어 베이징에서 열린 제4회 세계미식대회에 참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중국 상무부 및 중국요리협회와 서양요리협회가 인정한 국제요리대회였다. 중국의 차이나월드 등 특급호텔과 유명 음식점 조리사 80명은 물론 한국 일본 이탈리아 요리사들이 참여했다. 개인전(7월 1∼11일)과 단체전(7월 31일)으로 진행됐는데 우리 팀이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1위(금상)를 차지했다.

출품한 메인 요리는 신선한 야채를 이용한 전주비빔밥(골동반)이었다. 높은 영양가와 자연의 색깔로 조화된 아름다움, 천연발효식품인 순창고추장의 깊고 매운맛과 육수로 만든 밥을 심사위원들이 극찬해 450점 만점에 445점을 받았다. 우리 단체 팀의 조리사는 모두 중국인(한족)이었다.

미국의 스타벅스 커피가 세계인의 기호식품이 되었듯이 전주를 대표하는 비빔밥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 내 목표이다. 음식 대국인 중국이 인정하는 한국 전통음식이 세계적인 음식 대열에 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전통음식 소개에 대한 정부와 민간 차원의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드라마 대장금에 이어 전주비빔밥이 한국 음식문화를 대표하고 세계화되기를 바란다.

온대성 중국 대장금 대표 전 수복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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