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정 업종의 시장질서와 관련해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공정위가 주도하는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관 중 상당수가 정부 산하단체이거나 친여(親與) 성향이란 비판을 받아온 곳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주순식 공정위 시장감시본부장은 10일 기자브리핑에서 “정부의 단속만으로는 신문판매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한계가 있어 9월부터 신문발전위원회(신발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등 25개 단체와 공동으로 ‘과도한 신문경품 및 공짜신문 안 주고 안 받기’ 캠페인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공정위는 ‘100만 인 서명운동’을 위해 공정위 문화관광부 신발위 민언련 소비자보호원 등 캠페인 참여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서명용 팝업창을 만들고, 필요하면 오프라인(장외) 서명운동도 전개하기로 했다.
또 10월부터는 신문 독자가 무가지 투입으로 겪은 불편 사례 등을 담은 수기를 공모해 공정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책으로도 만들어 일반에 배포한다. 신춘문예처럼 우수작으로 채택되면 시계 등 상품도 줄 계획이다.
공정위는 캠페인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문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도 현재 건당 500만 원에서 2배인 1000만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반상회보, 전국 130여 개 전광판, 아파트 게시판 등으로도 캠페인 내용을 알리고 △스티커 전단 등을 제작해 9월부터 전국에 배포하며 △캠페인 참여기관과 캠페인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이날 발표에 대해 한국외국어대 김우룡(언론정보학) 교수는 “정부가 신문시장 정상화라는 미명하에 일부 친여 시민단체와 함께 신문시장에 더욱 깊숙이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방석호(법학) 교수는 “정부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캠페인은 들어봤어도 신문시장을 겨냥한 정부의 ‘전방위’ 캠페인은 내가 아는 한 없다”라며 “보도의 질과 내용에 따라 신문을 선택하는 독자들의 판단력에 정부가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주 본부장은 “신문 사업자와 구독자의 의식 전환을 위해 캠페인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2003년 5월부터 신문 연간 구독료의 20%를 넘는 경품 무가지 제공 행위를 단속해 지금까지 10억997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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