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도 안된다고? 테러위협 검색강화로 해외여행객 곤혹

  • 입력 2006년 8월 11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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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주려고 산 '복분자 술'인데 뺏으면 어떡합니까." "립글레이즈도 안 되나요."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에 나선 승객들은 기내 수하물에 대한 검색 강화로 곤욕을 치렀다.

영국에서 사전 발각된 비행기 테러기도 여파로 미국과 영국 행 항공기에는 액체류의 기내 반입이 금지되자 물품 수거를 둘러싼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진 것.

이들 노선의 승객들은 출국 심사 때 이뤄지는 검색 외 탑승구 앞에서 한 차례 더 검색을 받아야 했다. 이중검색 과정에서 튜브형의 립글레이즈, 영양크림, 치약 등 액체류에 속하지 않을 듯한 물품도 모두 수거됐다.

이날 낮 12시 43분 미국 뉴욕 행 유나이티드에어라인항공 800편의 경우 탑승구 앞 2차 검색에서만 20여 개의 물품이 수거됐다.

항공권 좌석을 배정하는 체크인 카운터에서도 기내 반입 물품 품목에 대해 안내를 했지만 승객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듯했다.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 근무자인 김나연(여) 씨는 "기내 반입 금지 품목을 설명해주고, 해당 물품을 화물칸에 실을 짐에 옮겨 담도록 유도하느라 항공권 발권 시간이 평소의 2배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공항 면세점에서는 시내에서 구입한 액체류 면세품을 환불하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각 면세점은 기내로 갖고 들어가지 못하는 술 등에 대해 공항 인도장에서 전액 환불해주었다.

롯데면세점 인도장의 권의숙(여) 씨는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환불 행렬이 꼬리를 물어 손님들이 30~4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공항 면세점에서는 미국과 영국행 고객에게는 술, 화장품 등 액체 물품을 되도록 팔지 않으려 했다. 액체물품 구입을 원할 경우 고객에게 직접 주지 않고 화물 운송을 통해 전달했다.

각 여행사들도 고객에게 강화된 보안검색 내용을 공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롯데여행사는 이날 아침 미국으로 떠나는 승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기내 반입 금지 품목을 알려주고 출발 3시간 전까지는 공항에 나올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53분 아시아나항공 522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영국 히스로 공항 발 입국 승객들은 저마다 지갑, 여권 등 간단한 소지품을 담은 투명한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영국에서 떠날 때는 액체류 물품 뿐 만 아니라 수하물 자체의 기내 반입이 금지됐기 때문. 승객 이한종(27·유학생) 씨는 "여행사가 출발시간 4시간 이전에 히스로공항에 나오도록 연락을 해주었고, 공항에선 혁대와 신발을 벗고 검색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낮 12시를 기해 항공 보안단계가 정상인 '그린' 보다 2단계 높은 '옐로우'(주의)로 바뀌었다. 보안단계는 그린(평시)→블루(관심)→옐로우(주의)→오렌지(경계)→레드(심각) 순으로 강화된다.

이에 따라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아랍권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에 대해 행선지와 체류기간을 꼼꼼히 묻는 등 입국심사를 강화했다. 또 테러용의자와 테러지원군 출신 불법체류자의 동향 파악에도 나섰다.

인천공항경찰대는 순찰구역을 17곳에서 26곳으로 확대했고, 완전무장을 한 특공대 1개 팀을 여객터미널에 파견했다. 특공대원 10명은 경비견 2마리를 끌고 공항 내를 순찰하고 있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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