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금지 GO!” 독불장군 공정위

  • 입력 2006년 8월 12일 03시 01분


○ 정부-여당도 반대… 사면초가에 몰려

이달 4일 정부과천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대회의실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대안(代案)을 논의하기 위한 시장경제 선진화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가 열렸다.

산업자원부 대표로 참석한 김호원 산업정책관이 공정거래위원회 이동규 경쟁정책본부장에게 물었다.

“지난해 10월 열린우리당 주최 심포지엄에서 공정위는 순환출자 금지방안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최근 들어 바뀐 이유가 뭡니까?”

당시 이 본부장은 “순환출자 금지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 규제로 현 정부의 시장 자율규제 정신과 맞지 않고 재계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워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이 본부장은 구체적 이유를 대지 못한 채 “상황이 달라져서…”라며 얼버무렸다.

정세균 산자부 장관은 8일 실물경제 활성화 민관회의에서 “출총제 대안이 규제 측면에서 현행 출총제보다 강해져선 안 된다”며 순환출자 금지방안에 대해 반대했다.

공정위가 기존 순환출자까지 해소하는 대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9일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공정위 측에 강한 유감의 뜻과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10일 “조건 없는 출총제 폐지도 하나의 대안”이라며 “공정위가 정책을 추진한다고 다른 부처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까지 했다.

공정위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재계는 물론이고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재경부 산자부 등 주요 경제부처까지 모두 공정위가 출총제 대안으로 추진 중인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 반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정위의 우군(友軍)은 거의 없다.

○ 출총제보다 더 강한 대안 만들 수도

그동안 순환출자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채수찬 열린우리당 의원도 한발 후퇴했다.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되 기존 순환출자는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최근 내놓았다.

하지만 공정위는 여전히 버틴다. ‘완벽한 대안’을 만들지 않고서는 출총제를 폐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시장경제 선진화 TF 팀장인 공정위 허선 사무처장은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나 “출총제의 대안은 순환출자 금지, 유사 지주회사 규제, 강력한 공시제도의 3가지 방안을 모두 조합한 안이 될 것”이라며 “TF에서 여러 얘기를 듣겠지만 결국 결정은 공정위가 하게 된다”고 못 박았다.

○ “공정위 밥그릇 지키기” 분석도

공정위의 강공(强攻) 배경에는 공정위 특유의 ‘조직 논리’가 깔려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는 국내외 경제 흐름의 변화를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집단사고(思考)와 관존민비(官尊民卑) 의식에 사로잡힌 독특한 조직”이라며 “현재 같은 공정위라면 차라리 없애거나 다른 나라처럼 차관급 이하의 조직으로 격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경부 고위 당국자도 “출총제가 없어지면 공정위 업무영역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며 “대안이 출총제보다 더 강력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출총제를 그냥 유지하는 게 낫겠다’는 인식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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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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