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한국경제, 성장의 활력 잃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03년 이후 한국경제는 일시적 원인이 아닌 구조적 악순환에 따라 세계경제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정부가 현 상황을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보지 않고 일시적인 경기부진 현상으로 잘못 인식해 정책을 실기(失機)할 경우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난 2000~2002년에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의 버블 붕괴 충격에도 불구하고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경제성장률은 연간 3.1~4.0%로 세계 경제성장률(4.1~5.3%)을 크게 밑돌았다는 것.
2003~2005년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3.9%로 대만(4.5%) 싱가포르(6.0%) 홍콩(6.4%) 등 동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크게 낮았다.
보고서는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우선 소비심리 불안과 해외소비 급증으로 인한 소비의 경제 성장 안전판 역할 상실을 꼽았다.
또 △설비투자 장기 부진으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수출 실익이 줄어들고 있으며 △소득 양극화가 갈수록 커지는 현상도 구조적인 문제로 꼽혔다.
여기다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IT 산업의 경기부진과 금융시장의 악순환 구조도 한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관련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 친화적인 사회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또 기업인의 기(氣)를 살려 투자를 촉진하는 동시에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기업들이 증시에서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FTA 확대 △수출품의 고부가 가치화 △IT 산업 이후의 새로운 성장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을 촉구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일시적인 경제지표 변동에만 매달리지 말고 한국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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