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가구, 아예 드러누웠다… 건설경기 시름시름

  • 입력 2006년 8월 16일 03시 01분


지난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유진기업 서서울 레미콘공장. 일감이 없는 레미콘 차량 운전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레미콘 차량 운전 경력 17년의 장인훈(41) 씨는 “외환위기 때보다 심한 것 같다”며 “일감은 줄어드는데 기름값은 올라 죽을 맛”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운전사들은 배달 물량에 따라 돈을 받는다.

이 공장 송윤섭 공장장은 “불황에 폭우가 겹친 지난달에는 직원이 절반만 나온 날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7월 서울과 경인지역 레미콘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줄었다.

레미콘 업계뿐만이 아니다. 건설 경기 불황 여파가 시멘트, 유리, 가전, 가구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관련 업계는 “건설발(發)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시멘트, 레미콘, 건축자재 업계 ‘직격탄’

현대시멘트는 이달 초 재고 물량 해소를 위해 충북 단양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수요가 크게 줄어 생산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양회공업협회는 시멘트 출하량이 2003년 5830만 t에서 2004년 5494만 t, 2005년 4629만 t 등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올해 예상 출하량은 4600만 t이다.

건축용 판유리 비중이 높은 한국유리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 줄어들었다. 철근 판매량도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하향세다.

건설 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합판도 생산량 조정에 들어갔다. 한국합판보드협회 이종영 전무는 “재고량이 적정량인 일주일치를 훨씬 넘는 20일치나 된다”고 말했다.

○ 가전 가구 등 연관 산업도 영향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이 줄면서 가구와 가전 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한샘의 지난해 부엌가구 매출은 전년에 비해 20% 줄었다.

2004년까지 연평균 80%의 매출신장률을 보인 LG전자의 ‘빌트 인’ 가전은 지난해 6% 성장에 그쳤다. 가스오븐레인지 등 붙박이 제품 위주인 빌트인 가전은 아파트 신규 분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4∼6월) 생활가전 영업이익은 30억 원 적자다.

인테리어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화학 업계도 비상이다. 창호, 바닥재 등을 생산하는 LG화학 강태윤 부장은 “아파트 신규 건설이 줄면서 전반적으로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며 “매출액 만회를 위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주택 건설 경기 살려야”

건설 투자는 연관산업을 제외하고도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9%를 차지한다. 제조업보다 생산, 부가가치, 취업 등의 유발 효과가 크다. 관련 산업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전체 경기를 살리려면 건설 경기부터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백성준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을 잡으려다 건설 경기만 죽였다”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리고 각종 주택 보유 규제를 완화해 주택 수요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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