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온라인장터, 벼룩의 간 뺀다

  • 입력 2006년 8월 16일 03시 01분


서울 강북지역에 있는 한 재래시장에서 냉동 육류를 판매하는 윤모(43·서울 도봉구)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경기 침체로 갈수록 손님이 줄어들었지만 그동안 열심히 닦은 컴퓨터 실력으로 ‘온라인장터’에서 판매 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장터에 물건을 내다 팔아 돈을 남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온라인장터로 불리는 e마켓플레이스 회사들은 물건 값의 7∼12%를 판매수수료로 떼어 갔다. 또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물품 대금 지급 시기를 늦추는가 하면 갖가지 명목의 수수료도 요구했다.

윤 씨는 “A사에서는 물건이 팔리는 것과 관계없이 물건을 등록하는 데 건당 300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B사는 고객이 입금한 물건 값을 최고 3개월 동안이나 지급을 미뤄 마진에서 판매수수료와 이자 등을 빼면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윤 씨는 “분통이 터져 몇 달간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거래 조건이 불리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마저 안 하면 생활이 곤란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B사에 물건을 내놓은 다른 판매자도 “물건이 고객에게 배달된 뒤에 예수금은 판매자에게 바로 전달돼야 하는데도 B사는 지급 시기를 미루면서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사는 “판매자의 거래 실적을 감안해 예수금 지급 시기를 7∼21일 늦추면서 연리 3∼4%의 단기 금융상품에 넣어둔 적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예수금을 유용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취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등록수수료부터 받는 A사 측은 “상품 가치가 없는 매물을 걸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상당수 e마켓 회사가 자신들 명의로 가맹점 계약이 돼 있는데도 카드 수수료를 판매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e마켓 회사들이 이처럼 판매자들에게 우월적인 힘을 행사하는 것은 e마켓 회사들의 입지가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중 옥션과 G마켓 GS이스토어 등 e마켓 회사의 거래액은 2조2658억 원으로 작년 동기(1조2787억 원)에 비해 77.2%나 증가했다. 이는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는 인터넷쇼핑몰(1조7909억 원)의 거래 금액을 처음으로 추월한 실적이다.

대한전자상거래연합회 이상훈 사무국장은 “e마켓 회사들은 회원들을 하청업체로 취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적절한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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