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0… 빚내서 월급 줘요”…포항 건설노조 파업 두달째

  • 입력 2006년 8월 18일 03시 08분


포항전문건설노조의 파업으로 공사가 중단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안 파이넥스 설비공사장을 제철소 직원이 살펴보고 있다. 포항=이권효 기자
포항전문건설노조의 파업으로 공사가 중단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안 파이넥스 설비공사장을 제철소 직원이 살펴보고 있다. 포항=이권효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안에서 전기공사를 하는 미광계전의 김희수(47) 대표는 17일 직원 25명의 월급 6000여만 원을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겨우 지급했다.

매달 10일 원청업체인 포스코건설로부터 받아 온 기성금(공사를 한 만큼 받는 돈)이 이달에는 전혀 없기 때문. 7월 회계장부에는 매출액이 ‘0’으로 적혀 있다.

직원 중 전기기술직 20명의 일거리도 포항전문건설노조의 파업이 지난달 1일부터 두 달째 계속되면서 없어졌다. 이 회사에 소속돼 일하는 150여 명의 일용직 근로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공고를 졸업하고 일용직 근로자를 거쳐 1989년 이 회사를 창업한 김 대표는 “이 상태로 2, 3개월 지난다면 부도가 나지 않고 버틸 재간이 없다”며 “17년간 수입이 들쭉날쭉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회사를 꾸려 왔는데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한숨지었다.

포항전문건설노조의 파업이 48일 동안 이어지면서 포항 지역의 전기와 기계 등 100여 개 업체가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또 이들 업체에 자재를 공급하는 업체까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들 업체는 원청업체인 포스코건설의 하도급을 받아 포항제철소 안의 첨단 제철설비인 파이넥스 공사장 등 30여 개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한 달 일한 만큼 기성금을 받아 일용직 근로자의 임금을 비롯해 자재비와 장비임차료, 관리비 등을 충당하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6월치 공사대금으로 204억 원을 지급했으나 이달 10일에는 기성금으로 지급한 돈이 한 푼도 없다.

기계 분야의 세일엔지니어링(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동)은 직원 23명의 이달 월급 8000여만 원을 비상자금으로 충당했다. 6월분 자재비 3억5000만 원은 거래업체에 사정해 한 달 뒤로 지급을 미뤘다.

일용직 근로자가 200여 명인 이 회사는 월 기성금으로 8억∼9억 원을 받는 중견업체. 이 돈으로 임금 5억∼6억 원을 비롯해 각종 관리비를 마련하고 있다.

오세현 대표는 “이 상태가 조금 더 이어지면 상당수 업체가 잇따라 부도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며 “회사는 회사대로 노조원은 노조원대로 생존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데 해결책은 보이지 않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 속해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 최모(52) 씨는 “당장 일을 해야 하는데 파업이 밑도 끝도 없어 집안이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상경시위 노조원 73명 불구속 입건

경찰은 16일 서울 도심에서 하중근 씨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농성을 벌이다 연행된 포항전문건설노조원 739명 중 7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666명을 훈방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설 기자 sno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