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한미FTA 의약품 협상 고전 예상

  • 입력 2006년 8월 20일 17시 58분


한미(韓美) 양국이 21, 22일 싱가포르에서 갖는 자유무역협정(FTA) 의약품 분야 별도 협상인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워킹그룹)회의'의 주요 의제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협상은 9월 초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한미 FTA 3차 본협상에 앞서 미국의 거부로 무산된 7월 2차 본협상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은 11일 한국의 의약품 선별등재 방식을 전격 수용하면서 별도 협상을 제안했다.

싱가포르 협상에선 의약품 선별등재 방식(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전격 수용한 미국이 국내 제약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특허보호권 연장 등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별다른 요구사항 없이 미국의 공세에 맞서 국내 제약산업을 지키려는 방어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협상단은 국민들이 의약품을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접근권'을 강조하면서 양국의 의료 제도를 존중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도록 의약품 제조시설에 대한 기준(GMP)을 서로 인정하는 방안을 협상 의제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요구는 매우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측은 협상의 초점을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구체적 시행 방법에 맞추고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약품을 결정하는 방식과 약값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특히 자국 제약사가 많이 갖고 있는 신약의 특허보호권을 최대한 연장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하는 방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신약의 특허권 보호기간은 통상 20년이지만 3~5년가량이 소요되는 심사 기간을 보호기간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신약의 특허기간 연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이 국내 제약사에 카피약의 제조·판매 허가를 내주기 전 원(原)개발자의 특허 침해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특허 침해 조사 기간은 3년가량이 걸린다.

미국 측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약효의 주요 성분은 같지만, 부속 성분이 조금 다른 개량 신약 제조사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임상시험 자료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임상시험 자료독점권을 요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현재 약의 허가와 약값 결정 과정에 다국적 제약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이의신청 기구 설치 방안을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의료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한국제약협회는 18일 주한 미국대사관을 방문해 미국 측의 일반 의약품 가격 인하 요구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으며,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미국이 특허권 연장 등을 통해 다국적 제약사의 약값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번 워킹그룹회의에 반대하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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