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희망과 달리 출총제 존폐 논의가 ‘공(空)회전’하고 있다는 인상이 듭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가동 중인 태스크포스 논의를 끝내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년 초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 허선 공정위 사무처장을 불러 ‘11월 초라도 논의가 끝나면 즉시 개정안을 내 내년부터 (시장에) 변화를 줘야 한다.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고 말했어요.”
―정부가 여당의 ‘시간표’에 맞추지 못할 때의 대책은….
“오늘 해서 안 되면 내일 하고, 내일 안 되면 모레 해서라도 빨리 끝내야죠. 우리 성미가 좀 그래요.”
―열린우리당이 재계에 ‘뉴딜’을 제안했지만 청와대의 미온적 반응 때문에 재계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뉴딜 제안 중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대목은 별로 없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어떻게 고치겠다고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규제 때문에 기업 투자가 어렵다면 풀겠다는 게 큰 원칙이죠. 이를 통해 열린우리당 내 일부 의원이 반(反)기업적 정서를 갖고 있다는 오해를 푸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당초 독일 질트로니크사(社)와 한국에 세우려던 합작 반도체 공장을 싱가포르에 설립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최근 여당의 변모에는 그 사안에 대한 동아일보 보도의 영향이 컸어요. 아마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닫힌남의당’이라고 해도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어려운 문제지만 공장 투자가 지방도 아니고 해외로 넘어가는 것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정부와 민간 경제연구소 등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을 놓고 이견이 많아 보이는데요.
“정부가 설정한 목표(5%)라도 착실히 달성했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나는 하반기 경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노력을 하자는 것인데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괜찮을 것 같다’면서 예상보다 나빠지면 그때 대응하겠다는 것이죠.”
―경기 부양을 둘러싼 당정 간 의견 차가 여전히 커 보입니다.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청 오찬 회동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어요. ‘대통령이 인위적인 경기 부양 안 하겠다고 하니까 경제부총리와 얘기가 잘 안 된다’고 했죠. 그랬더니 대통령이 ‘무리하게 부작용이 있는 인위적 경기부양을 안 하겠다고 한 것인데 앞부분(무리하게 부작용이 있는)이 빠진 채 전달돼 오해가 생겼다. 경기가 나쁜데 정부가 가만있을 수 있겠느냐’며 웃더군요.”
―악화 일로로 치닫는 건설경기는 어떻게 살려야 합니까.
“정부도 성장세가 유지될 수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내심 건설경기 냉각을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 건설경기를 살리려면 세제로 투기 수요를 잡는 것 못지않게 주택공급 정책이 중요해요. 최근 건설교통부에 규제책만 만들지 말고 공급의 안정적 확대에 주력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서울의 주택 공급이 원활해진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복잡한 표정으로 담배를 물며) 재건축은 미묘한 게 많아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정부의 복지예산 청사진을 담은 ‘비전 2030’을 놓고도 당정 간 이견이 노출됐습니다.
“2030년의 상황을 미리 예측해 계획을 짠다는 것은 적절치 않아요. ‘비전 2030’은 말 그대로 토론 자료로 활용될 것입니다. 정부 계획대로 하려면 2030년까지 대략 1600조 원이 든다는데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증세(增稅)를 거론하는 것은 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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