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출총제, 포퓰리즘이 탈출구?

  • 입력 2006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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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바에야 국민에게 직접 묻겠다” ‘출총제 사면초가’에 빠진 공정위가 포털사이트와 청와대 국정브리핑을 통해 탈출구 찾기에 나섰습니다. 자신 있습니까? 좋습니다. 다만 ‘대기업=불법집단’이라는 이미지 공세만은 말아 주십시오.》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사면초가(四面楚歌)’ 신세입니다.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이 출총제 유지에 반대합니다. ‘경제정의 실현’을 위해 출총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던 여당도 ‘무조건 연내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다른 정부 부처나 여당은 “출총제보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더 꺾는다”고 비판합니다. 재계의 볼멘소리야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정위는 ‘대(對)국민 접촉’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낼 태세입니다.

권오승 위원장이 조만간 인터넷을 통해 누리꾼과 실시간 토론을 갖고 출총제 대안으로 순환출자 금지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홍보하겠다고 합니다. 토론을 생중계하기 위해 몇몇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접촉 중입니다. 국정홍보처가 관리하는 국정브리핑에 10회가량의 관련 홍보문을 게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인에게 대기업 순환출자의 부작용을 설명하면 우리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입니다.

물론 정부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대국민 접촉을 할 수는 있습니다. 다른 부처도 법을 제정, 개정할 때 공청회를 거칩니다.

하지만 이번은 사정이 좀 달라 보입니다.

출총제나 순환출자 금지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만큼 공정위의 대국민 접촉이 주로 ‘대기업 집단의 횡포’라는 메시지 전달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것이죠.

한 재경부 간부는 “공정위가 ‘대기업=불법 집단’이라는 이미지 공세로 국민의 지지를 얻겠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일종의 ‘포퓰리즘’이라는 겁니다.

어느 부처보다도 규제에 역할이 집중돼 있는 공정위로서는 별다른 대안 없이 출총제가 폐지되면 갑자기 할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국민의 대표인 국회는 물론 다른 정부부처들도 출총제와 순환출자금지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공정위가 ‘대국민 접촉’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어 혹시 ‘밥그릇 지키기’라는 오해(?)까지 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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