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는 28일 사측의 구조조정 강행 방침에 반발해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평택본사를 점거하고 임직원들의 출근을 막아 회사업무가 마비됐다. 평택본사 앞에는 경찰 10개 중대가 출동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지난해부터 1210억 원의 누적 적자를 낸 쌍용차는 올해 들어 7월 14일부터 시작된 노조의 파업으로 이달 28일 현재 1만5800여 대(약 3500억 원)의 생산손실을 보았다.
1차 협력업체(250여 개)의 매출손실만도 1500억 원에 이르며, 9월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이들 업체 중 10% 정도는 부도위기에 내몰릴 상황이다.
○ 갈수록 심해지는 노사분규
노사 양측은 25일 구조조정을 철회하는 대신 2년간 임금을 동결하고, 향후 4년간 1조20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같은 날 전체 투표에서 이를 부결시켰다.
가결을 기대했던 사측은 즉시 구조조정 단행을 발표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해 본사를 점거했다.
노조는 29일부터 평택본사 점거를 풀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 집행부의 임기가 9월 1일로 끝나고, 29일 신임 집행부 투표가 예정돼 협상력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사측 관계자는 “경기 악화와 유가 급등으로 인해 2005년 상반기 이후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철회하는 큰 양보를 했는데도 노조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쌍용차의 노동생산성은 다른 자동차회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중국 상하이차가 2004년 말 쌍용차를 인수한 뒤부터 경영실적이 급락했고 기술 유출의 문제도 생겼다”며 “회사는 투자를 소홀히 한 채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 노사가 합심해야 살아날 수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력 차종인 쌍용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003년 9.8%에서 올해 상반기(1∼6월)에는 5.4%로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다가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기술만 빼내간 뒤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돌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 사측은 “재매각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노사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면 2010년까지 한국에서 6개 차종을 개발해서 생산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 조철 연구위원은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노사 양측이 힘을 합해 적극적으로 회사 살리기에 나서지 않으면 쌍용차의 미래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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