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쉰, 쇼핑 잔치는 시작됐다…지갑 열린 50대 웰시족

  • 입력 2006년 8월 30일 03시 04분


주부 양모(58) 씨는 요즘 가끔 딸과 언쟁을 한다. 그는 외모 관리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딸에게 “돼지야”라고 놀린다. 딸도 지지 않는다. “55사이즈 입겠다고 다이어트하는 ‘할머니’가 세상에 어디 있어”라며 맞받아친다.

양 씨처럼 마치 신세대인 양 몸매 관리에 부쩍 신경을 쓰는 50대 부유층인 ‘웰시 피프티(Wealthy-Fifty)’가 늘고 있다.

이들은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나 높은 교육열 속에 청소년 시절을 보낸 세대. 부모 세대와 함께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등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 “꾸미고 즐기자” 백화점-홈쇼핑 소비 크게 늘어

롯데백화점이 2004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우수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한 결과 50대 고객의 비중은 2004년 25.7%에서 올해 29.3%로 3.6%포인트나 늘었다.

50대가 구입한 제품은 의류와 화장품, 스포츠용품 등 대부분 ‘꾸미고 즐기는’ 것이었다. 특히 여성의류는 30대와 40대의 구매 비중이 5%포인트가량 줄어든 반면 50대의 비중은 6%포인트 증가했다.

남성캐주얼 또한 50대 고객 비중이 3%포인트가량 늘었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도 올해 들어 50대 고객 한 사람당 평균 구매금액이 작년보다 6%나 늘어났다.

홈쇼핑에서도 50대의 소비증가 추세는 두드러진다.

CJ홈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 화장품, 레저용품 구매자 중 50대의 비중이 2003년에 비해 3%가량 늘었다.

GS홈쇼핑에서 1인당 구매금액은 전체 연령대가 15만 원인 데 반해 50대의 경우 21만3000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CJ홈쇼핑 DB마케팅팀 윤기영 과장은 “무조건 절약을 미덕으로 삼는 장년층과 달리 50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입할 때 돈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떠오르는 젊은 50대… 영향력 있는 소비 주체로

과거 50대는 자식들에게 투자하는 것에 모든 걸 바치고 나면 ‘내 할일 다 했다’고 여겼다. 하지만 웰시 피프티들은 계속해서 ‘나’를 찾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두리모아의 김남수 실장은 “2, 3년 전만 해도 대부분 회원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었지만 최근에는 50대가 ‘VIP회원’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1년 전만 해도 50대 회원은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렸다고 한다. 단지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만을 원했으나 최근 50대 회원은 여행과 레저를 함께 즐길 파트너를 많이 찾고 있다는 것.

트렌드컨설팅업체 아이에프네트워크 김해련 대표는 “‘늙음’을 거부하는 웰시 피프티는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기존 시장을 힐끗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젊은 50대’를 개성 있게 표현하며 자신의 삶을 사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들은 앞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 주체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 유통가 ‘웰시 피프티’를 잡아라

유통업계를 비롯한 호텔, 레저업계도 웰시 피프티를 잡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최근 50대 대상 여성 패션브랜드 ‘에르망’과 남성 의류 ‘크로커다일 멘스’ 매장을 들여놨다. 홈플러스 측은 “이들 제품 매출액이 매달 10% 이상 늘고 있다”며 “50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명품 잡지인 ‘더 갤러리아’ 10월호부터 ‘풍요로운 실버 라이프’라는 칼럼을 새로 만든다.

50대에 들어선 우수고객들이 여전히 30대 분위기의 옷과 화장품, 명품 등을 찾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웨스틴조선호텔은 남성 전용 패키지 상품 ‘옴므 패키지’를 50대가 이용할 경우 객실을 한 등급 업그레이드해 준다.

웨스틴조선호텔 기획팀 조민숙 과장은 “비즈니스를 하면서 평소 호텔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층이 50대”라며 “50대는 회사 행사나 결혼식 등의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VIP로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우수고객 비율 (단위: %)
순위구매고객 수 기준비중(%)구매금액 기준비중(%)
1패션·잡화18.1컴퓨터·디지털가전25.6
2이미용14.9가전24.2
3주방용품9.9가구17.5
4침구9.5보석·장식용품7.7
5생활용품9.1패션·잡화6.2
자료: 롯데백화점

GS홈쇼핑 50대 고객의 구매 상품
구분20대30대40대50대60대 이상
2004년4.523.835.925.710.1
2005년5.221.134.327.911.5
2006년4.319.733.729.313.0
7월 중 구매상품 기준. 비중은 50대 고객 구매상품 중 차지하는 비중. 자료: GS홈쇼핑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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