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조망이 탁월한 최상층 고급 주택), 유럽식 회랑, 반원형 거실, 탑 모양 아파트…’. 이달 30일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청약이 시작된 가운데 건설사들의 ‘설계 전쟁’도 한창이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 갇힌 듯한 설계 평면을 깨고 저마다 개성 있는 ‘작품’을 내놓고 있다. 같은 평형이더라도 구조가 확연히 달라 설계 평면의 종류만 100여 개에 이른다. 실물 모델하우스는 당첨자 발표일인 10월 12일부터 공개되고 그 전까지는 주공 홈페이지(www.jugong.co.kr)의 사이버 모델하우스에서 설계 평면 등을 볼 수 있다.》
●“주부의 마음을 잡아라”
30, 40평형대 아파트는 대부분 주방 싱크대가 거실을 향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 주부가 설거지를 하면서도 거실의 TV를 보거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구조다. 거실과 주방을 터서 넓게 보이도록 하는 동시에 주방을 가족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대한주택공사는 최근 실시한 주부 대상 설계공모전에 입상한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했다고 한다. 32평형은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인테리어를 본떠 흰색 마감재를 주로 쓰고 간접조명으로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38평형은 주방을 서재로 꾸밀 수 있도록 한 쪽 벽면에 책꽂이가 있으며 45평형은 세탁전용실에 애벌빨래를 할 수 있는 빨래 전용 싱크대가 있다. 대림산업 44평형과 대우건설 44평형은 채광 기능을 높이기 위해 주방을 앞쪽으로 배치했고 현대건설은 주방의 앞쪽 식탁을 미니 바로 쓰도록 했다. 태영은 32평형 주방 한쪽에 책상과 소파를 놓아 주부를 위한 별도의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서구식 라이프스타일 반영
자녀 수가 줄고 부부의 사생활이 중요해지는 라이프스타일도 설계 평면에 반영됐다. 이른바 ‘유럽식 설계’다. 40평형 이상은 부부와 자녀의 공간을 분리했다. 현관 출입구를 기준으로 한 쪽에는 자녀들의 방을, 다른 한 쪽에는 거실과 안방을 배치하는 식이다. 또 자녀 공간은 자녀가 1명이면 방 2개를 하나로 터서 각각 공부방, 침실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공 연립주택 53, 76평형 등에 설치된 개방형 부부 욕실도 독특하다. 안방 침대 뒤편에서 별도의 벽이나 문이 없이 곧바로 욕실로 이어지도록 했다. 욕조, 샤워 공간, 화장실을 각각 유리벽으로 분리했고, 호텔처럼 세면대를 파우더룸에 설치했다. 대우건설의 44평형 아파트는 현관에서 안방 앞까지 복도의 길이가 10m나 되는 회랑식으로 설계됐다. 거실이 중심이 되는 구조다.
●고급 빌라 같은 아파트
또 대부분의 회사가 공통적으로 아파트 최상층에 별도 테라스가 제공되는 ‘펜트하우스’를 선보였고 50, 60평형대 이상은 2개 층을 튼 복층형도 적지 않다. 현대건설 펜트하우스 68평형은 집안에 외부 테라스 공간이 3개. 바비큐 요리장이나 골프퍼팅 연습공간 등으로 활용하기 좋다. 금호산업의 59평형은 39평형 2개를 튼 것과 비슷한 설계로 노부모를 모신 가족에 알맞은 구조로 꾸몄다. 10평 크기의 옥상테라스가 딸려 단독주택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민간 중대형 임대인 동양메이저건설의 48평형은 복층형으로 설계해 천장을 5.3m까지 높였다. 단지 내에는 고급 아파트가 갖추고 있는 골프연습장, 스파시설, 피트니스센터까지 갖춰졌다.
●발코니의 마술, “45평형 같은 38평형”
대부분의 아파트는 발코니를 확장해 공급 면적 그대로 내부 면적으로 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38평형의 경우 전용면적은 30.6평이지만 발코니 확장으로 7.3평이 넓어져 내부면적이 37.9평이나 된다. 내부 면적으로만 따진다면 기존 45평형 정도의 아파트와 맞먹는 셈이다. 발코니 확장 비용은 평당 170만∼388만 원으로 다양하다. 주공은 평당 200만 원 안팎인 반면 민간 건설사가 시공하는 아파트는 평당 250만∼300만 원선이다. 경남기업의 38평형은 확장한 발코니 면적이 15.1평에 이르고 대림산업은 다른 발코니 창호 두께보다 3배 넘게 두꺼운 52mm의 3중 창호를 쓰는 점도 독특하다. 주공은 자녀 방이나 식당 발코니는 모두 확장해서 공간감을 확보했지만 거실과 안방은 발코니를 절반 정도(60∼70cm)를 남겨서 화분이나 빨래 건조대 등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난방비를 아끼고 고층에서도 시각적인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순수 녹지만 100만평 ‘쾌적도시’▼
판교는 단지별 조경면적을 제외한 녹지면적이 100만 평(35%)에 이른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이 164%로 분당(194%)과 일산(170%)보다 낮아 쾌적하며 단지 곳곳에 연못과 실개천, 숲길 등을 조성했다. 또 모든 주차장을 지하에 만들고 쓰레기 자동 집하시설을 만들어 실내에서 곧장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용인∼서울 간 도시고속도로가 가까운 A21-1블록(금호건설)은 도로 소음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고, B4-1블록(대우건설)은 풍산군묘역 진출입로가 단지를 통과한다. A6-1블록(태영)과 A19-1, A21-2블록(이상 주공)은 일반 분양과 임대아파트가 혼합 시공되는 소셜 믹스(social-mix) 형태의 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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