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지하철 광고 물좋은 황금노선 잡아라”

  • 입력 200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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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노선’을 잡아라! 도심 구석구석까지 누비는 버스와 지하철의 광고는 대중이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만큼 인기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다 군중에게 최대 노출’을 원하는 영화사와 공연 제작사는 수많은 버스와 지하철 중에서도 가장 홍보 효과가 높은 황금 노선을 잡기 위해 혈안이다. 과연 어떤 노선이 황금 노선이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알아봤다.》

▼시내버스 강남을 지나라 - 470, 471, 472 등 ‘4’자 버스 대인기▼

황금 노선의 첫 번째 조건은 서울 강남지역을 지날 것. 구매력 높은 집단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470, 471, 472, 420, 143, 144번 등 강남(강남구와 서초구)의 버스 노선을 뜻하는 ‘4’자 들어간 버스가 인기다. 선점 경쟁이 특히 치열한 버스는 472번. 개포동∼압구정동∼명동∼을지로∼이화여대∼신촌 등 강남과 강북의 핵심 지역을 관통한다. 비슷한 노선인 470, 471번도 인기.

한 버스광고 대행업자는 “강남 라인 중에서도 인기가 제일 많은 470, 471, 472번 등의 버스는 영화(공연) 편당 아무리 많아야 4대 이상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황금 노선의 경우 버스 한 대의 광고비는 85만 원(한 달 기준). 강북지역은 45만 원 안팎. 가변차로보다는 중앙차로가 노출 효과가 더 좋기 때문에 중앙차로를 통과하는 버스는 강남이 아니더라도 60만 원대.

28일 ‘타짜’를 비롯해 ‘거룩한 계보’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등 하반기 10여 편의 영화를 개봉하는 CJ엔터테인먼트는 황금 노선을 확보하기 위해 연간 계약을 했다. CJ엔터테인먼트 마케팅팀 이승철 팀장은 “영화 개봉 시에 계약하는 것보다 연간 계약으로 할 경우 최대 30% 더 많이 황금 노선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역버스 - 직행을 피하라… 빙빙 돌수록 좋다▼

같은 광역버스라도 경기 고양시 일산∼서울을 오가는 버스보다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을 오가는 버스가 더 인기다. 분당에서 서울로 들어올 때 강남을 거칠 수 있기 때문. 분당에서 광화문으로 오는 광역버스라도 9401번보다는 1005-1번에 광고 주문이 더 몰린다. 9401번은 분당에서 고속도로를 통과해 곧바로 한남대교를 지나기에 광화문행 승객이 가장 좋아하는 최단거리 버스지만 광고주들은 분당∼양재∼강남역∼신사동∼한남대교를 지나는 1005-1번을 선호한다. 광역버스의 광고비 가격은 서울 중앙차로를 지나는 일반 버스와 비슷한 수준.

광역버스와는 반대로 짧은 거리만 순환하는 마을버스도 지역에 따라 인기다. 성균관대∼종로 5가∼대학로를 오가는 마을버스의 경우 대학로에서만큼은 최고의 황금 노선으로 꼽힌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와 연극 ‘라이어’를 마을버스에 광고하고 있는 파파프로덕션의 이재원 실장은 “마을버스는 광고비도 일반 버스보다 싸고(대당 24만 원) 젊은 관객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좋다”며 “마을버스 노선을 확보하기 위해 한 달 기준이 아닌 연간 계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대학가를 돌아라… 2호선이 최고▼

지하철의 경우 최대 인기 노선은 단연 2호선. 승객이 많을 뿐만 아니라 영화와 공연의 주요 관객층인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기 때문. 연세대(신촌역), 이화여대, 홍익대, 경기대(충정로역), 한양대, 건국대, 서울교대, 서울대 등 무려 8개 대학을 끼고 있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의 홍보대행사인 클립서비스의 신정아 과장은 “다들 선호하는 2호선에 광고하기 위해서는 2호선에만 단독으로 광고를 할 수 없고 다른 지하철 노선에도 2호선 광고 액수와 같은 규모로 광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2호선에 이어 인기 있는 노선은 압구정동을 거쳐 종로 3가 등 강남과 강북의 중심을 잇는 3호선. 대학로(혜화역)를 지나가는 4호선도 연극과 뮤지컬 등 공연계 쪽에서는 선호한다.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 ‘살인사건’의 제작사 PMC의 김현옥 마케팅팀장은 “광고 단가가 비싼 2호선 대신 ‘타깃 관객층’이 주로 이용하는 4호선에만 광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국내 최장기 공연으로 인기가 있지만, 정작 진짜 ‘지하철 1호선’은 뮤지컬 제작자들에게 별 인기가 없다. 한 광고대행업자는 “경기 의정부시와 인천 지역까지 다니는 1호선의 경우 서울 도심을 지나는 시간이 짧아 관객 유치에 도움이 안 된다”며 “차량 자체도 노후해 공연도 ‘싼’ 느낌을 준다며 기획자들이 꺼린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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