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부동산박람회. 지방에서 생활용품 제조공장을 운영한다는 이모(60·서울 강남구)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박람회는 미국에 100만 달러(약 9억5000만 원)를 투자하면 영주권과 일정 수준의 배당금을 받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각종 해외 부동산 투자 상품을 소개했다. 지난달 31일 시작해 3일까지 나흘간 계속되는 이 행사에는 이틀 만에 2만2000여 명이 몰렸다.
○ “한국에서는 투자할 데가 없다”
이 사장은 “불황이 길어지면서 공장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상가도 공장보다는 낫지만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2개 층은 비어 있는 상태라는 것.
“2, 3년 전에 사업을 접고 그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친구들은 모두 짭짤한 수익을 올렸어요. 그때 친구들이 ‘얼른 공장을 처분하고 부동산을 사라’고 권했지만, 귀담아듣지 않았죠. 지금도 차마 공장을 닫지 못하고 있으니 미련하고 어리석은 거죠. 허허.”
1997년 회사를 정년퇴직한 김모(65·서울 중구 약수동) 씨는 “지난해부터 은행에 돈을 넣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4년까지 퇴직금과 여윳돈을 아파트나 상가에 투자하며 돈을 굴려 왔다. 임대료가 제대로 걷히지 않자 부동산을 처분하고 그 돈을 은행에 넣어 둔 것.
김 씨는 “요즘은 상가에 투자해도 장사가 안 돼 임대 수익도 신통찮다”며 “친구들과 뭐 좋은 게 없나 상의해도 결국 ‘그냥 쥐고 있는 게 최고’라는 결론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확정금리 받는 게 제일 속 편하지만, 움직일 수 있을 때 뭔가 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미국에서 교육, 여가생활 하고파”
아파트 6채를 갖고 있는 박모(63·서울 강남구 삼성동) 씨는 “지금은 해외에 투자한 뒤 돈을 벌어서 다시 해외에서 쓰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박 씨는 “갈수록 부동산 규제가 많아져 부동산으로 돈 벌기가 어렵고, 눈치도 보인다”며 “DJ정부 때만 해도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라고 난리를 치더니, 이제 와서 집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을 범죄자 취급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자를 통한 미국 영주권 획득에 대한 상담도 많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정모(41·서울 마포구 연남동) 씨는 아이 교육 때문에 미국 이민을 원했다.
정 씨는 “앞으로 영어를 못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데, 국내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미국에서 공부한 것과는 비교가 안 될 것”이라며 “아이만큼은 미국에서 공부를 해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부동산은 갖고 있어도 뾰족한 이익이 나는 것도 아니다”며 “100만 달러 투자해서 미국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면 괜찮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 이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넵스개발 박남호 대표는 “미국 투자에 대한 관심이 예상보다 훨씬 높아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송동원 서울국제부동산박람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오늘 하루만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투자이민 설명회에 300여 명이 참가했다”며 “이 중 100여 명은 미국 변호사들로부터 구체적 법률 서비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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