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보조금까지 지급하면서 인구를 늘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구미시에는 이런 고민이 없다.
다른 산업도시의 몰락이 빨라진 2000년 이후에도 오히려 구미는 해마다 인구가 1만여 명씩 늘고 있다. 2001년 34만 명선이던 인구는 올해 7월 기준으로 38만3000명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만 이미 8000여 명이나 늘었다.
구미와 가장 대비되는 곳은 경남 마산시. 수출자유지역으로 유명한 마산은 1990년만 해도 인구가 50만5600명으로 구미(20만3000명)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7월 말 현재 42만4000여 명으로 감소해 두 도시의 인구 차는 4만여 명으로 줄었다.》
구미는 인구가 곧 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해 온 두 산업도시가 이처럼 다른 길을 걸어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도시가 진화를 계속하느냐, 멈추느냐와 관계있다고 진단한다.
김동태 마산시 기획경제국장은 “마산의 침체는 도시의 끊임없는 업그레이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준다”며 “기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지자체와 시민들은 기업을 후원했어야 했는데 그런 인식 자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다시 살아나는 구미=구미시 산동면 산동농공단지. 1992년에 조성되면서 주로 섬유업체가 입주했던 이곳은 요즘 전자부품 업체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올해 5월 경기 성남시에서 회사를 옮긴 액정표시장치(LCD) 부품업체 ㈜테라디스플레이는 몇 달 만에 직원이 4명에서 43명으로 늘었다. 김성수(39) 대표는 “직원을 곧 2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기숙사까지 갖췄지만 생산직 직원을 확보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구미시 공단2동에 있는 휴대전화 부품업체인 비피에스(BPS)는 최근 직원을 60명 늘렸다. 휴대전화 부품의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 인력이 그만큼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구미의 이런 활력은 주민의 70%가 산업 현장에서 한창 일을 하는 20, 30대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구미의 인구가 매년 대폭으로 늘어나는가장 큰 이유는 기업 활성화. 1970년대 구미국가공단이 조성된 이후 40여 년 동안 전자통신 업종을 중심으로 성장을 계속해 오다 정보기술(IT) 시대를 맞아 주력 업종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자체 역시 구미의 진화에 한몫했다. 2002년 말 구미시는 ‘투자유치팀’을 구성해 일본 독일 네덜란드를 돌며 9개 외국기업에서 1조900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이런 노력을 인정해 지난해 산업자원부가 최우수지자체로 선정했을 정도다.
▽‘도시공동화’ 우려하는 마산=마산시는 1990년 인구가 50만 명을 넘어서면서 합포구청과 회원구청을 신설했다가 2000년 두 구청이 아예 폐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경남모직, 유원산업, 경남종합건설 등 200개가 넘는 기업이 2년 새 문을 닫았으며 자연스럽게 사람들도 마산을 떠났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지역에서 문을 닫은 대표적 기업은 한국TC, 한국수미다전기, 한국씨티즌 등. 1972년 입주한 한국TC는 1989년 폐업할 당시 수출 8000만 달러에 고용 인원은 2000명이었다. 1990년에 문을 닫은 한국수미다전기도 수출 3400만 달러, 고용 인원 1800여 명으로 마산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이런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핀란드의 노키아와 일본의 소니도 마산공장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대 서익진 경제무역학부 교수는 “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에 기업, 지자체, 시민, 근로자들이 모여 마산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도시의 진화가 멈춰 버렸다”며 “로봇과 지능형 홈 산업 등 지식산업을 적극 유치해 마산을 다시 살려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산=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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