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파업의 끝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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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피아트 GM을 아십니까? 그 회사가 겪었던 파업을 아십니까? 그리고 그 이후를 아십니까? 최근 겪었던 한국 자동차회사의 파업의 끝을 아십니까? 수천억 원대의 매출 손실을 겪으며 노조가 얻어낸 것을 아십니까? 회사가 제시한 월평균 기본급에서 1만 원 정도의 추가 인상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은 4개 자동차회사 노조의 파업이 1일로 모두 끝났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파업 현장을 취재하느라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속이 다 후련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더군요. 과거 무리한 파업으로 회사를 망하게 하거나 위태롭게 한 영국과 이탈리아의 자동차 노조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한때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회사가 외국으로 넘어갔습니다. 생산성이 높지 않은 데다 강성 노조의 잦은 파업이 이어지면서 로버 재규어 등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경쟁력을 잃은 결과지요.

이탈리아의 피아트 자동차 노조도 1969년 극심한 파업을 벌여 이탈리아 경제를 멍들게 하고 친(親)노조 성향의 정권까지 바뀌는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심장인 디트로이트가 몰락하게 된 주요 원인도 노조 파업입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 노조가 한 달씩 파업을 벌여 얻은 결과는 당초 회사가 제시한 협상안보다 월평균 기본급을 5000원에서 1만 원 정도 늘린 것입니다.

더구나 기아차는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 달 넘게 파업이 이어지면서 8월 판매대수가 전달 대비 23.3%, 지난해 8월에 비해서는 31.9%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기아차 관계자들은 “이러다 회사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하더군요.

노조 활동과 ‘파업’이란 무기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무기가 남용된다면 회사는 문을 닫게 됩니다. 노조도 존립할 근거를 잃게 되는 것이지요.

앞으로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자동차 생산이나 노사 관계나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인데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면 파업을 벌이지 않고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걸까요.

내년에는 자동차 회사와 노조가 서로 한발씩 양보해서 신바람나는 상생의 기사를 쓸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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