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전세난’ 가격은 뛰고…물량은 없고…

  • 입력 2006년 9월 6일 02시 58분


서울 양천구 목동7단지 27평형 아파트에 전세 사는 김모(38) 씨는 최근 전세 계약을 연장하면서 4000만 원을 급히 구해야 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1억5000만 원에서 1억9000만 원으로 4000만 원(26.7%)이나 올려 달라고 한 것.

김 씨는 같은 단지 다른 아파트를 알아봤지만 2500여 채의 아파트 중 20평형대 전세 물건은 2건밖에 없었고 전세 시세도 엇비슷했다.

그는 “학군이 좋아 다른 곳으로 이사 가기는 싫고 무리해서 집을 사려 해도 집값이 떨어질까 부담스러워 눌러앉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고 전세금도 크게 오르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 사정이 심각하다.

5일 본보 취재 결과 서울 노원구 상계9동 보람아파트 단지는 3300여 채의 아파트 중 전·월세 물건은 석 달 전부터 자취를 감췄다. 전세금도 33평형의 경우 3개월 만에 2000만 원이 올랐다. 부근 주공 12단지(2000여 채)도 사정은 비슷하다.

상계9동 88부동산 김경숙 사장은 “이사철이라 전세 문의가 많지만 물건이 없어 거래가 안 된다”며 “최근 세입자들은 아파트 구입을 미루고 전세 재계약을 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삼성래미안 1∼3차 단지들도 2100여 채를 통틀어 30평형대 아파트 전세 물건은 2, 3개뿐이다.

국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8월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서울의 전세금은 작년 말에 비해 평균 4.6% 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 0.3% 하락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매년 1∼8월을 기준으로 한 서울 전세금 상승률은 이른바 ‘전세 대란(大亂)’이 있었던 2002년 14.4%에서 2003년 ―1.6%로 떨어진 뒤 2004년 ―4.0% 등 안정세를 이어 왔다.

서울의 구(區)별 전세금 상승률을 보면 강서구(9.4%) 양천구(8.0%) 노원구(6.6%) 영등포구(6.5%) 등이 많이 올랐다.

문제는 전세금 상승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 앞으로 예정된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입주 물량은 2813채로 작년 같은 기간 3166채에 비해 10% 이상 줄었다. 다음 달 입주 물량은 1794채로 작년 같은 기간 4320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스피드뱅크 김광석 실장은 “2003년 ‘10·29대책’ 이후 재건축 재개발 규제가 심해져 서울의 아파트 분양 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최근 세금 부담 등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었다”며 “당분간 전세금 오름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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