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씨는 회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영어 전문가이지만 미국에서는 1년 내내 일본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들었다. 일본 측 파트너와 일본어로 문서를 교류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특허 및 상표 출원업무는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경쟁 기업에 뺏기기 때문에 해외 파트너와 문서를 주고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변리사 업계가 국내 기업의 특허 출원 등 고유 업무를 넘어 전방위적 지식재산권 분쟁의 파고(波高)를 맞아 체질 강화에 나서고 있다.
○ 몸집 불리고, 2개 외국어는 기본
특허 상표 및 디자인의 출원을 도와주고 관련 심판에 대리인으로 나서는 변리사는 현재 국내에 3294여 명. 변호사 출신 및 변리사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특허청 공무원 출신도 꽤 된다.
최근 변리사 업계는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법률시장 개방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변리사 업무에 강점을 보이던 ‘법무법인 김신유’는 법무법인 화우와 합쳤고 지난해 말에는 굴지의 ‘제일 특허사무소’가 법무법인 광장에 흡수됐다.
국내 1위 로펌(법무법인)인 ‘김&장’도 올해 초 변리사 13명을 추가로 뽑아 110명에 이르는 ‘지식재산권팀’을 만들기도 했다.
대한변리사회 이덕재 공보이사는 “변리사의 특허 관련 전문지식과 변호사의 법적 소송 능력을 결합해야만 앞으로 지식재산권 분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변리사를 대거 고용하고 있는 법무법인들은 회사 간에 발생하는 특허 등 지적재산권 침해 관련 민·형사 소송은 변호사가 전담하고, 세부적인 기술 관련 항목은 변리사들에게 맡기면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 공급 과잉으로 독점적 지위는 사라져
그러나 일감이 늘어나는 만큼 매년 변리사 채용 인원도 증가하고 있어 변리사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변리사시험에 합격해 변리사 자격증을 따는 사람은 매년 200여 명에 이른다. ‘변리사가 좋은 시절은 갔다’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전문직 가운데 변리사만큼 ‘업계 내 양극화’가 심해진 직종도 드물다고 말한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특허사무소를 운영하는 변리사 김모 씨는 “출원업무를 일임해 온 기업체가 최근에는 ‘한 건이라도 출원에 실패하면 곧장 대형 법무법인으로 일감을 넘기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반 기업체 등으로 진출하는 변리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일반 특허사무소에서 일하던 김상현 변리사는 최근 한국산업은행에 스카우트돼 기술평가원에서 일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기업을 심사할 때 특허 출원건수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김 씨 같은 변리사가 절실히 필요했다.
대한변리사회는 이 같은 고민들을 담아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60주년 기념식과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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