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인 한미 비자 면제협상. ‘3%룰’에 억지로 맞추려는 걸까요?》
경희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1) 씨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인턴연수를 받을 생각에 들떠 있었지만 현재 싱가포르에서 연수 중입니다.
산업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청년무역인력양성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주한 미 대사관이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씨를 포함해 이번에 미국에서 교육을 받기로 했던 22명 중 17명이 비자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들 중 12명은 ‘미국행’을 포기하고 현재 다른 나라에서 연수 중입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무협 대학생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인턴교육을 받기 위해 관광(B1) 방문용(B2) 비자를 신청한 17명에 대해 ‘서류 미비’를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2000년 청년무역인력양성사업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 지난해까지 총 227명이 미국에서 인턴연수를 받았지만 이번처럼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된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미 대사관이 한국 정부가 귀국을 보증한 대학생들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자 무협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 협상을 의식한 미 대사관 측이 ‘비자 거부 비율 3%’ 선을 지키기 위해 비자 발급 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 국민에 대한 비자 거부 비율이 2년 연속 3% 미만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현재 한미 양국은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비자 거부 비율이 2004년 10월∼2005년 9월 3.2%에서 지난해 10월∼올해 7월 말에는 3.5%로 높아졌습니다.
비자 업무를 총괄하는 다리아 다넬 부총영사는 미 대사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미국 방문!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라며 인사말을 합니다.
물론 미 대사관은 3%룰과 비자 발급 거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래도 정부의 보증을 받은 대학생들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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