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본은 특수 종이나 비닐(PVC)을 붙이는 대신 수성 도료(塗料)만을 사용해 만든 가구 자재. 새집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접착제가 전혀 쓰이지 않는 친환경 소재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까다로운 공정 탓에 국내에서는 이런 자재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가 아직 없었다.
○ 친환경이 ‘돈’
반응은 뜨거웠다. 워터본을 선보인 지 한 달 만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었고 내수시장 점유율도 4% 증가했다.
경쟁회사인 타 가구회사에서도 에넥스가 개발한 소재를 사갔다. 한 사무용 가구회사가 워터본을 구입해 자사의 친환경 제품을 만든 것.
가구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2년 동안 50억 원을 투자해 얻은 성과였다.
지난해 적자를 낸 에넥스는 친환경 제품 개발 덕에 올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진호 에넥스 사장은 “친환경 소재를 원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돌파구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집,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갈수록 커지면서 새로운 친환경 제품을 개발해 ‘블루 오션’을 개척하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가구와 벽지, 페인트 등 친환경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가구 및 건설자재업계에서 친환경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 친환경 기술, 브랜드로 ‘블루 오션’ 선점
수성 도료 ‘숲으로’로 친환경 페인트 분야에서 입지를 굳힌 KCC는 자동차용 수성페인트 시장을 선점했다. 10년이 넘는 연구 끝에 지난해 말 국내 처음으로 자동차용 수성페인트를 개발한 것.
현재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이 제품을 납품해 그랜저와 쏘나타 등 일부 차량에 쓰이고 있다. 2008년까지 현대·기아차의 모든 승용차에 쓰일 예정.
최윤 KCC 홍보팀장은 “수성페인트는 건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국내 회사들이 쉽게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럽에 수출하는 차는 2007년부터 수성 도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용 수성페인트 시장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올해 초 바닥재, 벽지, 창호재 등 건축자재 분야를 통합한 브랜드 ‘Z:IN(지인)’을 선보였다.
가전 및 식품회사에서 통합 브랜드가 사용된 적은 있지만 건축자재 분야에서 통합 브랜드가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
강태윤 LG화학 마케팅 부장은 “소비자에게 ‘친환경, 프리미엄, 고급 인테리어 자재’를 확실히 인식시킬 통일된 브랜드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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