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의 회원 모집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3년 카드사 간의 무분별한 외형 경쟁으로 ‘카드 대란’이 일어났을 때로 다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추석앞두고 판촉행사 과열
회사원 김모(40) 씨는 휴일에 극장이나 백화점에 가는 것이 짜증스럽다고 했다.
매표소 앞이나 매장 입구 등 꼭 거쳐야 하는 통로마다 카드 회원 모집인을 마주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에 5번 이상 가입 권유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들 중에는 길거리나 다름없는 건물 입구에 진을 치고 있다가 장소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카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드사의 마케팅 동향을 조사해 길거리 간이 판매와 ‘즉발’(신청 즉시 카드를 발급하는 것) 등의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6월과 이달 초 카드사의 마케팅 임원들을 불러 “무분별한 경쟁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화장품이나 휴대전화도 아니고 금융상품을 거리의 행상처럼 파는 행위를 가만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추석을 앞두고 현금서비스와 할부 수수료율을 낮추는 한편 가입 시 경품을 주는 판촉 행사를 준비하는 등 모집 경쟁의 고삐를 놓지 않는 모습이다.
○ 감독당국과 카드사의 기싸움
최근 카드사들의 카드 회원 모집 경쟁은 LG카드 매각을 전후해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LG카드 매각으로 카드 업계의 세력 판도가 재편되는 혼란한 틈을 타 모집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 대부분의 카드사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 판촉 활동을 위한 ‘실탄’이 충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2003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불만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예전처럼 부실 가입자 양산과 같은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며 “간이 부스를 통한 회원 모집을 막는 것은 고객 편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03년 카드대란의 원인이 무분별한 외형 확장이었다면 지금은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며 ‘타사 회원 뺏어오기’ 경쟁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