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권한쟁의심판에는 김태홍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13명도 참여했다.
의원들은 청구서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국회의 조약 체결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는 행위 및 협정문 초안을 비롯한 1, 2차 협상 결과 등 일체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가 국회의 조약 체결 비준동의권 및 심의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여당 의원이 일부 야당 의원과 합세해 FTA를 추진하는 대통령과 정부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제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권한쟁의심판을 주도한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FTA 협상을 사안별로 보니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큰일 날 일이더라. 바닷물이 좋아 우리가 해수욕장에 가지만 잘못하면 빠져 죽을 수 있다”며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따위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속도를 조절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구서는 ‘헌법 60조 1항이 정한 국회의 조약 체결 비준에 관한 동의권이 FTA의 내용에 대한 심의와 체결 여부에 대한 동의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협정문 초안이나 분과별 양허안 및 쟁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않아 국회의원의 ‘심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은 3권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약 체결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며 국회의 비준동의권은 ‘사후’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 칠레, 싱가포르와의 FTA 협상 및 체결 때는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이번에 문제 삼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번에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진행 사항을 국회에 공식 또는 비공식으로 ‘설명’해 왔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특히 국회의 ‘사전 동의’를 얻어 협상을 개시하거나 협상 과정에서 일일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가며 조약을 체결한 전례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에선 “한미 FTA 협상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했고 현재 미 시애틀에서 3차 협상이 한창인데 이제 와서 국회 권한 침해 운운하며 소송을 내면 어쩌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與지도부 “13명 경고조치”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참여한 당 소속 의원 13명 전원을 경고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여당 의원으로서 당정협의를 통해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데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당 지도부와 상의도 없이 중차대한 행위를 한 것은 잘못이라는 게 지도부의 판단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의원들이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 이 문제가 당내 갈등으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소송참여 의원 명단
△열린우리당: 김태홍 강창일 유기홍 유선호 유승희 이경숙 이기우 이상민 이인영 임종인 정봉주 최재천 홍미영(13명)
△민주노동당: 권영길 강기갑 노회찬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천영세 최순영 현애자(9명)
△민주당: 손봉숙(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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